[집중분석] 美 금리인상에 신흥시장 '흔들'…제2의 CIS 사태 막으려면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10-15 15:41 수정일 2018-10-15 16:14 발행일 2018-10-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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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지시간 13일 IMFC 총회에 참석,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미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인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금융시장이 취약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 외국인 투자 자본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미국시장으로 대량 유출되면서 현지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G2(미국·중국) 무역전쟁을 피해 신흥시장으로의 교역 비중을 넓히고 있던 우리 수출기업들은 ‘제2의 CIS(독립국가연합) 사태’가 재현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2014~2015년 러시아 루블화의 급격한 가치하락으로 CIS 9개국(벨라루스·몰도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의 경제 성장이 침체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혔던 전례를 떠올리고 있다. 당시 제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자원에 의존해 경제 성장을 이룩해왔던 러시아는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원유의 국제가격이 급락하면서 0%대 성장에 직면했다. 여기에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에 맞서 식료품 수입을 금지하자 2014년 12월 소비자물가는 11.4%까지 치솟았으며, 서방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우크라이나에서의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쳤다.

러시아의 경제불안은 주변 CIS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됐다. 국제금융센터가 2015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하락은 벨라루스(루블)와 몰도바(레우), 아제르바이잔(마나트) 등 국가들의 연쇄적 통화절하를 야기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2014년(1~9월) 대(對)러시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었으며, 이는 총수출 7.0%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출의 36.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벨라루스도 같은 해 저상장(0.9%) 궤도에 진입했으며 GDP(국내총생산)의 8.5%에 달하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15일 상사업계 관계자는 당시 교역 상황을 회상하며 “한국산 수입제품에 주요국이 관세를 부과하거나 쿼터(철강)를 적용하면 (실적감소를 감안하고) 물량을 조절하는 등 당장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신흥국의 경제불안은 ‘보이지 않은 위협’과 다름이 없어 대응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러시아 경제불황 당시 CIS 국가를 대상으로 교역을 했다가 물품 대금을 지급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며, 현지 거래처가 도산하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업체들이 현지 사무실 등 건물을 담보로 교역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현지 당국도 파악이 안된 허위매물로 밝혀지면서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의 경제불안이 전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통화가치 불확실성에 노출된 아르헨티나와 터키 외에도 동남아시아 성장률의 둔화가 선명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과 무역전쟁, 고유가 등 불안 요소들이 산적해있다고 진단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경상수지가 적자이면서 GDP 대비 부채 수준이 높은 신흥 수출시장에 대해서는 주문 취소 및 감소, 재고 처리 등에 대비하는 한편, 시장을 다변화해 수출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