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태원 회장이 그리는 '뉴SK'

류원근 기자
입력일 2018-09-04 15:33 수정일 2018-09-04 15:35 발행일 2018-09-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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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다. 선진국들의 산업동향을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정보통신 분야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 최 회장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상용화하며 ICT 강국의 기반을 닦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ICT분야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핵심산업으로 떠올랐다.

충남 세종시 은하수공원에는 SK그룹이 500억원을 들여 지은 화장(火葬)시설이 있다. 최종현 회장은 평소 묘지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이후 폐암으로 타계하면서 본인의 화장장과 함께 ‘최고의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으로 남겼고, 아들 최태원 회장이 선친의 뜻을 받들어 2010년 1월 준공해 사회에 기부했다. 당시 최 회장의 유언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화장문화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 두 일화는 최종현 회장의 ‘10년 앞 선도경영’의 정신을 보여주는 작은 예다. 시대를 앞선 혜안으로 미래를 통찰했던 최 회장은 생전에 ‘운(運)만으로는 큰 사업을 할 수 없다’며 회사의 미래를 치밀하게 설계했다.

최태원 회장은 선친이 남긴 경영 DNA를 고스란히 물려 받았다. 취임 초 혁신적 변화(Deep Change)를 주창했던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전격 인수하며 그동안 에너지·화학과 ICT를 양대 축으로 하는 성장동력에 또 다른 중심축으로 반도체를 추가했다.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사업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명실상부한 수출지향적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이렇게 일군 SK의 반도체 사업은 반도체 연관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은 2017년 9월20일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 인수자로 선정됐고, 지난 6월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기업으로써 경쟁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의 새로운 10년을 준비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요즘 사회적 가치에 꽂혀 있다. 신(新) 경영전략으로 삼은 사회적 가치는 단순한 이념적 가치가 아니라 그룹 생존을 위해 10년 후를 대비한 준비다. 그는 지난 2월 그룹 신년회에서 “2018년을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뉴 SK의 원년으로 삼자”고 선포했다. 이 역시 ‘SK가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곧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토대가 될 것이며, 이것이 다시 SK에 대한 사회적 지지로 이어져 SK의 성장과 발전이 지속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란 선견(先見)에서 비롯됐다.

올 8~9월은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지 20년,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한 지 20년이 되는 즈음이다. SK의 20년 전과 지금은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자산 6배, 매출 4배의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 바탕에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력, 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결단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다시한번 고 최종현 회장이 보여준 미래지향적 기업가 정신을 떠올리며, 최태원 회장이 그릴 SK의 새로운 10년을 기대해본다.

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one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