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상생 없는 프랜차이즈 기업에 미래란 없다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9-05 07:00 수정일 2018-09-05 15:22 발행일 2018-09-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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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2011년 11월 국내 모 경제지에 뜬 특종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놀부NBG가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모건스탠리PE)에 팔린다는 내용이었다. 외국 사모펀드가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를 인수한 첫 사례였다.

이런 정보를 처음 접한 필자도 당시에는 취재원의 제보를 반신반의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오너 경영이 일반화 된데다, 프랜차이즈 기업이 사모펀드의 인수대상이 될만큼 매력적인 상품도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오너였던 김순진 회장은 이미 계약을 마무리하고, 서울을 떠나 있었다. 건강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게 확실해 보였다. 당시 30대였던 외동딸이나 사위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여건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세계적 금융 서비스 회사인 미국 모건스탠리 산하의 모건스탠리PE는 놀부 인수 이후 7년간 전문경영인 5명 이상을 교체 투입했다. 하지만 경영성과는 신통치 못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어쨌든 놀부 매각을 신호탄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 사모펀드의 M&A(기업 인수합병)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졌다. 2012년 버거킹코리아, 2013년 bhc와 할리스커피, 2014년 공차코리아, 2017년 한국피자헛 등이 잇따라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 기업 대부분은 인수 후 경영실적이 도약하는 모습이다.

BBQ에서 독립한 bhc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왕적 리더십에 따른 비효율적 경영관행이 사라지고 합리성과 투명경영이 정착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고공행진할 수 있었다는 게 bhc 경영진의 주장이다.

실제 경영실적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로하튼그룹(TRG)이 2013년 bhc를 인수한 이후 2017년 매출은 2391억원으로 인수전보다 190%, 영업이익은 649억원으로 4.5배 증가했다. 한때 모기업이었던 BBQ를 외형에서 제치고 치킨업계 2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hc 가맹점주들은 최근 가맹본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횡령하고, 튀김용 기름 공급가와 납품가의 차익을 가로챈 의혹이 있다는 게 고발 내용이다.

가맹본부도 할 말이 많다. 본사는 해명 글을 통해 ‘광고비 내역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가맹점주협의회 측의 광고비 204억원 횡령 주장은 여론몰이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인데 오일 납품가와 공급가의 차액 마진을 사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는 입장이다.

이번 고발건으로 드러난 것은 가맹본부의 뛰어난 경영실적이 가맹점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의 기본 원리와 어긋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아서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원리, 즉 상생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이다. 상생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모델은 변형이거나 돌연변이일 가능성이 크다. ‘bhc 가맹본부·가맹점 충돌사건’은 프랜차이즈의 기초 이론을 뒤집을 수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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