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적합업종 ‘김치’ 두고 식품업계 논란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8-26 16:35 수정일 2018-08-26 17:24 발행일 2018-08-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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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통과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대상 품목에 김치가 포함된 것을 두고 식품업계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5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통과된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대상 품목에 김치가 포함된 것을 두고 식품업계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필요성과 국내시장에 대한 중국산 잠식 우려를 들어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당연한 입법조치라는 입장이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소상공인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73개 업종·품목을 대상으로 대기업이 향후 5년간 이들 사업을 인수, 개시, 확장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관련 매출액의 5%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73개 대상 품목 가운데 약 40%가 식품으로 식품 비중이 크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대상 품목 가운데 K-푸드의 대표 상품인 김치가 규제대상에 포함된데 대해 내심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김치 시장점유율 2위 브랜드 ‘비비고’를 가진 CJ제일제당은 김치 산업의 육성과 세계화를 꾀하려면 자본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치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위생적인 생산관리 시스템이나 냉장 유통망 등 인프라 기반이 필수적이므로 대기업의 발을 묶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전국 김치 생산업체 가운데 10인 미만 사업장이 70%를 넘는 영세한 산업 구조로는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치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치 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고급 가정용 김치 시장과 중소기업 또는 수입품 위주의 업소용 시장으로 나누어져 있다”며 “중국산 김치 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실제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4년 21만2000여t에서 지난해 27만5000여t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내 김치 유통량의 약 30%로 업소용 김치 시장에서는 중국산이 8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후속 조치로 준비 중인 시행령에서 유예 기간을 두거나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 김치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는 식으로 특례 조치를 취해주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대기업은 해외 다국적 기업과 싸워야지, 국내시장을 독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김치 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하지 못하는 영역에 진출해 해외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은 한 품목에 집중해 이를 계속 키워나가야 한다”며 “규제는 소비자 후생과 부딪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생태계가 다 죽고 나면 물건을 사 줄 소비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현희 기자 yhh12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