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자영업자 화만 키운 정부 '생색내기 쇼'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8-22 07:00 수정일 2018-08-22 10:43 발행일 2018-08-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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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569만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세무조사를 면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소득세와 부가세 신고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면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경우 매출이 도·소매업은 6억원 미만, 제조업·음식점·숙박업은 3억원 미만인 519만명이 세무조사 면제 대상이다. 전체 개인사업자(587만명)의 89% 수준이다.

법인사업자의 경우, 업종별로 일정 매출액에 미달하는 소기업주 50만명(전체 법인의 71%)이 면제 대상이다. 금융·보험업은 80억원 이하, 음식·숙박업은 10억원 이하 등이다.

세무조사 면제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실효성 문제다. 실효성이 없는 정책은 ‘정치적 쇼’에 불과한 까닭이다.

2016년 전체 개인사업자 548만명 중 세무조사를 받은 사업자는 4985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법인 및 개인사업자의 세금 신고내용 확인 건수가 10만건을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1000건까지 줄어든 상태다.

지금도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세무조사를 하지않는 상황인데, 마치 큰 혜택을 주는 양 호도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효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도덕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필요한 시점에는 특정 계층에게 탈세를 용인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알 지갑’을 가진 월급쟁이들이나 시민단체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가 화급히 세무조사면제 카드를 내미는 속내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저임금의 잇따른 인상, 건물주의 임대료 갑질, 원부자재의 꾸준한 상승, 내수경기의 추세적 불황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달래보려는 심산일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9일 최저임금 인상에 저항하는 단체행동에 들어가겠다고 이미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실효성과 도덕성이 빈약한 세무조사 면제 정도로 소상공인들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들의 소득 자체가 워낙 적고 신용카드결제가 일반화돼 국세청이 통상적인 세무조사 활동을 벌이더라도 더 거두어들일 건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5인 미만인 소상공인의 월평균 소득은 209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 평균소득 329만원의 63.5%에 그치는 수준이다. 소상공인 중 85%가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종업원 없이 홀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도 증가했다. 지난해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156만명으로 2015년과 비교해 2.3% 줄어든 반면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2.8% 늘어 지난해 414만명을 기록했다. 종업원을 두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탓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을 금과옥조로 떠받들고 있다. 111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 서울을 덮친 2018년 8월, 바짝 달아오른 아스팔트 도로처럼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열기를 내뿜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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