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靑 자영업비서관이 해야할 일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8-07 15:28 수정일 2018-08-07 15:28 발행일 2018-08-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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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톨전문 대기자1
강창동 생활경제부장(경제학 박사)

주말을 이용해 동네상권을 한바퀴 둘러봤다. 석달째 비어있는 가게는 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100미터 거리에 촘촘히 들어선 가게 중 6개월새 간판을 바꿔 단 가게만 10개가 넘는다. 자영업시장이 날개없는 추락을 겪고있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자영업비서관을 임명했다. 청와대 비서실 산하에 자영업비서관이란 직책이 생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자영업 경영주 출신으로 중소상인·자영업자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인태연씨에게 비서관을 맡겼다. 그는 인천시 부평구 문화의거리에서 오랫동안 의류 대리점을 운영해온 자영업 경영주다.

청와대가 자영업비서관을 임명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극렬한 반발 때문일 것이다. 자영업자 출신의 자영업비서관이 소상공인들과 소통의 물꼬를 터서 정부 정책에 호응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 이번 인사에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불행히도 자영업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더욱이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대선공약을 고수하는 한 자영업비서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자영업비서관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영업 정책의 대상자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일이다. 자영업 종사자 688만명 중에는 무급가족종사자 118만명이 포함된다. 농어민과 같은 1차 산업 종사자 115만명(2016년 기준)과 2차산업 종사자 94만명도 자영업자 범주에 들어간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와 같은 특수고용직도 230만명이나 된다. 3차 산업(서비스업) 종사자 460만명 중에는 변호사, 관세사, 세무사, 의사, 약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의 자영업 정책은 그 대상을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자영업비서관은 최저임금의 후유증이 얼마나 강력한 지, 그 실상을 정권 핵심부에 정확히 전달할 책임이 있다.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한 뒤, 소상공인들의 애끓는 호소가 이어졌지만 올해 또 8350원으로 인상을 강행하는 것을 보면 소상공인들의 호소를 ‘엄살’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경제부처 장관들이나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가게 주인들을 만나 최저임금 정책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일자리안정자금을 쓰라고 권유하는 장면은 정책 당국자들의 현실인식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중계방송이다. 점포를 경영해본 적이 있는 자영업비서관은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실상을 대통령께 정확히 보고해야 월급값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올해 사상 처음으로 자영업을 그만두는 폐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회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져 사회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에게 특화된 일자리창출이 시급하다. 폐업자들을 대상으로 전문교육을 통해 임금근로자로 거듭나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식당을 운영하다가 폐업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 과정을 열고 무료로 교육시켜 가맹본사의 슈퍼바이저 요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이런 종류의 재취업 인력에는 정부가 인건비 지원을 해서 업계가 흔쾌히 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바로 자영업비서관의 소임이라 생각된다. 자영업비서관이 최저임금 정책의 위력에 함몰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강창동 생활경제부장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