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성 협력사' 상생의 타이틀

류원근 기자
입력일 2018-07-17 15:40 수정일 2018-07-17 15:41 발행일 2018-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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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이틀전 전직 언론인 선배로부터 삼성 협력업체와 관련한 글을 받았다. 마침 며칠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성이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세계 1위가 됐다”고 한 말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던 터라 흥미롭게 읽었다. 글쓴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배에게 연락했지만 “전직 장성 출신인 삼성 협력업체 경영자가 직접 작성했다”란 대답만 들었다. 아마도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한 협력업체 경영자가 작성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글쓴이는 ‘협력업체가 되자마자 마치 대령에서 장군으로 진급했을 때만큼 변하더라’고 글을 시작했다. 삼성 협력업체가 되는 순간 수많은 경영상의 이점(혜택)이 발생했다는 의미인데 △은행이 앞다퉈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겠다고 나서 돈 걱정이 끝난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최상급의 경영기법과 업계 정보를 제공하는 등 경영지도를 해 줘 경영 실수로 인한 회사 위험이 사라진다 △기술 개발을 지도해 해당분야 기술이 날로 발전한다 △수시로 직원교육을 실시, 직원들의 수준이 급속히 향상된다 △‘삼성 협력업체’란 타이틀이 외국기업에 신용장으로 작용,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협력사가 태반이다 △삼성 협력업체로 남기 위해 경영자들은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야 해 자연스럽게 경영자 개인의 도덕 수준도 높아진다 등이었다.

글쓴이는 어느 협력업체 경영자가 일순간 나태해져 여자문제로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렸고, 이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해 협력업체에서 해제되자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는 사례를 들며 ‘삼성 협력업체’란 타이틀이 떨어진 후의 가시밭길 상황에 대해서도 묘사했다.

글은 ‘지금도 삼성의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이 각 부품별로 아마 30배수가 넘을 겁니다. 그들은 1차 밴드(협력업체)를 바라지 않아요. 제 2. 3차 밴드가 되기 위한 업체들입니다. 실상이 그런데도 협력업체 쥐어 짠다고 삼성을 비난합니다. 애플이 무서워하고 도요타가 부러워하는 기업이 삼성입니다’라고 맺고 있다.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어 삼성과 협력업체 모임에 연락했지만 양측 관계자는 “글의 출처도 알 수 없고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일절 의견을 내지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타 기업 협력업체의 몇몇 관계자에게 글을 전달하고 의견을 구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비단 삼성뿐 아니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를 맺으면 각종 금융혜택과 경영관리 및 지원, 신용 등이 보장돼 사업체가 크게 번성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서든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려고 합니다. 하물며 세계 최고의 기업인 삼성이 선정한 협력업체는 어떻겠습니까. 협력업체가 일류가 돼야 해당기업이 일류가 되는 것입니다.”

전달받은 글의 출처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글을 접한 여러 기업인은 글의 내용에 대해 어떤 부정도, 이견도 내놓지 않았다.

함께 글을 읽은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임원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키우고, 함께 고용을 창출하며 한 나라의 경제를 살찌운다. 이것이 진정한 상생이다. 대기업을 협력업체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영생을 누리는 흡혈귀 정도로 인식하는 시각으로는 진정한 상생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류원근 산업·IT부 부국장 one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