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초대석] 돈가스 조리법 특허로 벤처 인증받은 유전균 부엉이돈까스 대표
서울 홍대 앞 상권에서 캐주얼 일식 가맹점 문을 연 게 불과 5년전이었다. 초보자임에도 불구, 장사의 프로들이 북적대는 황금상권에서 손님들이 매일 줄을 서는 매장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밤낮 없이 일했고, 손님도 늘 꽉 차는데 돈이 안 벌리는 겁니다. 매출대비 원가율이 46%에 달하고 월세 등 고정비가 많이 나가는 탓이었지요. 직영점 하나 없이 머리만 굴리는 가맹본부에 실망해 제가 직접 본사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혼자서 브랜드를 만들고, 매장 콘셉트를 궁리하고, 메뉴 개발에 매달리는 강행군을 감행했다. 요리책 수백권과 동영상 수천개를 섭렵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드디어 2014년 1월 부엉이돈까스가 탄생했다. 개점 석 달 만에 43㎡ 크기의 매장에서 월 매출 1억원, 순익 2000만원을 기록하는 대박 매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업확장을 위해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정책자금 담당자들은 노골적으로 멸시했다. “외식업이 무슨 기술입니까? 특허나 기술확인서라도 있어야 돈을 빌려드리지요.” 유 대표는 모욕감을 느꼈다. “언젠가 과학적인 외식업 매뉴얼과 특허기술로 정책자금의 문턱을 넘고 말겠다.”
이 결심은 지난해 벤처인증을 받으면서 열매를 맺었다. 이에 앞서 중기벤처기업부로부터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이익의 공유방식을 미리 가맹계약서에 ‘이익공유 계약항목’으로 명시해 이익을 서로 나누는 상생형 프랜차이즈 육성사업이다. 이익공유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중앙집중식 조리시설(CK) 공장이 설립되면 제조원가 절감으로 나오는 이익을 가맹점과 나누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매년말 당기 순익의 10%를 다음해 가맹점들을 위한 마케팅비와 물류지원 예산으로 편성한다는 복안이다.
유 대표는 올해 서울 남산타워점에 회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곳을 모델숍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역인 이 곳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가맹점 희망자들에게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복합외식공간으로 꾸몄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 대표가 직접 고안한 인테리어는 독창적이다. ‘정원에서 식사하는 느낌’을 준다는 게 매장을 꾸밀 때 핵심포인트였다.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많이 들르는 관광지역임을 감안, 매장 내부는 골드 색상으로 치장했다. 계단과 전등은 황금빛으로 번쩍인다. 부를 상징하는 부엉이와 골드가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다.
“남산타워점은 저로서는 매우 의미있는 곳입니다. 여기를 이렇게 고급스럽게 꾸민 이유는 매출극대화를 겨냥해서가 아닙니다. 관광객들에게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인데요, 이는 해외진출의 포석을 깔겠다는 의도가 있습니다. 완벽한 설비가 갖춰진 쿠킹 교육장은 가맹점주와 가맹희망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식당과 함께 카페도 열어 복합외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2년 동안 공실로 남아 있던 공간이 부엉이돈까스 개점으로 남산타워의 랜드마크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남산타워점의 성과는 가맹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외식·유통업계에 입소문이 나면서 백화점 식당가 담당자와 가맹희망자들의 발길이 남산타워점으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7∼8월 신규 개점이 줄을 잇고 있어 10여개에 불과하던 가맹점수가 올 가을에는 3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유 대표는 예상했다.
그가 100% 제주산 돈육, 최고급 빵가루, 두번 정제한 까밀라유, 과일 소스 등을 고집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메뉴 다양성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연간 6회 이상 해외 식품박람회에 전문가들과 동행한다. 메뉴 기획과 개발을 위한 출장이다. 메뉴 다양성은 이런 부지런함에서 나오는 성과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향후 10년 안에 국내 1등 돈가스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 기업공개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까닭이다. 당장 내년에는 CK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CK공장이 완공되면 가맹점에 들어가는 식재료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을 중소 식품업체에도 판매, 나오는 이익을 가맹점을 위한 마케팅비로 쓰겠다는 게 유 대표의 구상이다.
“외식업계 중견업체인 교촌치킨, 더본코리아 등이 기업공개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도 10년 안에 직상장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몸을 던질 겁니다. 일본처럼 외식기업도 주식시장에서 당당하게 대접받고, 소비자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려면 한국에서도 직상장하는 외식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