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상권·업종 '궁합'도 모르고 창업 뛰어드니 실패하죠"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5-28 07:00 수정일 2018-05-28 07:00 발행일 2018-05-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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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박경환 한누리창업연구소 대표
‘상권분석과 점포개발 실전노트’ 책에 30년 노하우 집대성
 브릿지경제 ‘낙후상권 활성화 지원단’ 전문위원으로 맹활약
“이번에 나온 책은 상권분석에 대한 30년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자영업 초보자라 할 수 있는 예비창업자부터 프로 컨설턴트까지 두루 읽어야 할 내용을 모두 담았습니다. 예상매출액 산출법과 사업타당성 분석과 같은 전문분야도 망라해 가맹본부 직원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입니다.”
박경환 한누리창업연구소 대표(60)는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상권과 입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예비창업자 대부분이 상권, 입지의 개념도 모른 채 창업,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게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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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환 한누리창업연구소 대표가 상권분석에 관한 최근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박 대표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점포개발팀 임직원을 비롯해, 점포를 직접 구해보려는 예비창업자, 상가를 많이 취급하는 공인중개사, 상가투자자, 대학교나 대학원의 부동산학과 학생, 상가개발 시행자와 분양대행자 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박 대표는 책에서 초보창업자들이 점포를 정할 때 알아야 할 사항들을 조목조목 짚어줬다.

“우선 상권과 업종의 궁합에 주목해야 합니다. 상권이 좋은 곳에서 해야 하는 아이템과 골목상권에서 해도 되는 아이템을 구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동일 업종이 나란히 들어서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장사가 잘되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비슷한 아이템들이 한 곳에 모여있으면 제 살을 깎아먹는 업종도 있습니다. 중소형 전문음식점들이 모여 먹자골목을 형성한 상권이나 의류매장이 몰려있는 로데오거리 같은 상권이 전자의 사례가 되겠지요. 후자의 사례로는 골목상권의 커피전문점, 호프집, 학원, 세탁소, 미용실 등을 들 수 있죠. 동네상권에서 패스트푸드나 소규모 서비스업종은 경쟁점이 적은 곳을 골라야 합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점포를 이용하는 이유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편의점을 소비자가 이용하는 이유는 오로지 입지 때문입니다. 품질, 가격, 상품구색, 서비스는 부차적인 것이고 접근하기 쉽고 눈에 잘 띄는 A급지 편의점이 소비자에겐 최고죠. 입지가 경쟁점보다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반면 전문음식점이 손님을 끄는 요인은 입지 외에 맛과 서비스가 결정적입니다. 이런 식당은 고객들의 구전효과로 손님이 스스로 찾아오기 때문에 B급지에 점포를 잡아도 무방하다는 말입니다. 동네상권에서 흔한 미용실이나 슈퍼마켓 같은 업종은 주민들이 점포 앞을 지나가도록 동선이 확보된 독점세대가 500세대 이상 안되면 창업하지 않는 게 좋지요.”

박 대표는 외식업을 꿈꾸거나 현재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2020년대 인구구조의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돼 ‘나홀로족’을 위한 1인 테이블 음식점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2020년대 외식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나홀로’, ‘착한 가격’, ‘친환경’, ‘웰빙’ 등으로 요약된다는 설명이다.

“2020년대 웰빙 개념은 모든 메뉴에 건강 기능을 덧붙이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일반 고깃집이 생삼겹살 전문점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매실와인으로 숙성시킨 삼겹살 전문점, 무항생제 삼겹살 전문점 등으로 진화하는 것과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가 책에서 심혈을 기울인 대목 중 하나는 예상매출액 산출법이다. 이는 가맹사업법상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반드시 제공토록 규정된 것이지만, 가맹본부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13년 가맹사업법을 개정할 때부터 예상매출액 규정은 논란이 많았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서면 제공하도록 의무화돼 있죠. 예상매출액의 산정 기준은 상권과 입지가 절대적입니다. 상권과 입지를 바탕으로 한 기준매출액에서 ±25.9%가 아이템의 차별화, 서비스, 마케팅 등 경영능력에서 결정되는 것이지요. 결국 74.1%는 상권과 입지가 결정합니다. 창업에서 상권과 입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뚜렷이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는 국내 상가의 분양가나 매매가, 임대료에 거품이 잔뜩 끼여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는 창업자들이 몰락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특히 신도시 중심상업지역은 기존 역세권에 비해 상권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임대료가 분양가의 40~60% 수준인 3.3㎡당 2000만~3000만원에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요. 심지어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역의 A급지는 3.3㎡당 8000만~1억원에 분양되기도 합니다. 이런 신도시 상가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역으로 기존 상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수불황에도 아랑곳 없이 임대료만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2020년대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박 대표는 현재 브릿지경제신문 산하 ‘낙후상권 활성화 지원단’의 전문위원으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그는 ‘죽은상가 살리기’에 탁월한 실력을 갖춘 컨설턴트이다. 본지의 ‘낙후상권 이렇게 살리자’ 기획 시리즈에는 그의 실적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회생전략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상권과 입지’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상권분석은 경험의 과학입니다. 상가 규모가 작을수록 고객 흡인력이 떨어지고 고객의 통행을 막는 요인이 많습니다. 걸어서 오는 고객은 점포 앞이 조금만 경사지거나, 계단이 있어도 오지 않는 법이지요. 죽은 상가 살리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규모 개별상가가 대형화를 꾀해 멀리서도 차량을 이용해 오도록 하는 것이고요, 둘째는 작은 상가를 여러 개 모아 대형 점포처럼 집객력을 갖추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지요. 낙후된 동네상권의 경우 상점가조합을 구성하면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상권내 골목마다 유사한 아이템을 5개 내외로 묶어서 해산물거리, 곱창골목, 드럼통구이 골목 등으로 특화하는 전략이지요. 정부가 수많은 상인회에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결여돼 효과가 없는 실정입니다.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낙후상권 살리기에 나서야 정부 예산이 제대로 쓰일 수 있다고 봅니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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