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거리'에 밀려 초토화… '맛집' 뜨자 음식점 개업 러시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4-18 07:00 수정일 2018-04-18 07:00 발행일 2018-04-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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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상권 이렇게 살리자] ⑤서울 반포동 골목상권
골목상권전경
서울 반포동 골목상권 전경.(사진제공=박경환 전문위원)

서울 반포동 주택가의 조그만 골목상권. 북쪽의 논현역과 남쪽의 신논현역 사이 빌라와 단독주택이 밀집한, 100m에 걸친 골목상권이다. 대로 건너편에 영동시장과 이른바 ‘백종원거리’로 불리는 먹자골목이 터를 잡고 있어 직장인들은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남쪽으로 한 블록 더 내려가면 서울에서 손꼽히는 강남역상권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없고, 대형 오피스빌딩도 보기 힘든 곳이다. 상권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점포 모양을 갖춘 30여개의 1층 점포 중 문을 열고 있던 것은 10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공실로 남아있었다. 이 상권을 환자에 비유하면 의료장비에 의존해 연명하는 식물인간이었던 셈이다.

박경환 전문위원
박경환 전문위원

박경환 브릿지경제신문 전문위원(한누리창업연구소 대표·사진)은 죽어가던 상권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방법은 스타점포를 키워내 주변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의 가게들이 자연스레 몰려들도록 하는 것이었다. 박 위원은 서울시창업스쿨 외식업반에서 담임교수를 하면서 가르친 제자 한석동(47)씨의 점포를 물색해주는 과정에서 이 골목상권을 발견했다. 

3개월간 상권을 훑어보니 2015년 3월 저렴한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호프집을 하던 전용면적 36㎡(약 11평)짜리 점포를 보증금 3000만원, 권리금 2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계약, 그 해 5월에 문을 열었다. 배후 주택가에는 1780가구가 있고, 소규모 법인 사무실 직장인은 1700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들 소비자는 대로 건너편 ‘백종원거리’나 강남역 상권으로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이 골목상권에는 폐업과 업종전환이 끊이지 않았다.

박 위원은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건다면 인근 사무실 직장인들이 점심때 들르게 될 것이고, 이를 본 주택가 주민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마침내 한석동씨는 박 위원의 권고대로 생선구이 집으로 점포 콘셉트를 정하고 요리기술 연마에 들어갔다. 생선구이 맛집을 돌아다닌 끝에 요리비법도 전수받았다. 박 위원은 상권입지 분석을 통해 하루매출 70만원은 무난하다고 예측했다. 이미 죽어있는 상권을 살리기란 힘든 일이지만, 이곳은 배후에 작은 사무실들이 흩어져 있다는 점이 ‘기회요인’이라는 게 박 위원의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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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생선밥상 어랑’이란 간판을 달고 개업한 식당은 한달 매출 2000만원 이상을 꾸준히 올렸다. 강남 오피스가에서 6000∼7000원대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든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돌자,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식당 밖에 줄을 섰다.

‘맛집이 등장해 한달에 2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는 입소문이 동네주민과 부동산중개업소에 돌았다. 인근에 음식점이 잇따라 생겨났다. 한식당을 필두로 일식 이자카야, 치킨집, 카페, 돈가스전문점, 실내포차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 10여개가 몰렸다. ‘생선밥상 어랑’이 문을 연 뒤 1년이 지나면서 생긴 변화였다.

스타점포
핵심점포 ‘생선밥상 어랑’

여러 업종의 가게들이 좁은 상권에 밀집하자 소비자들의 발길도 부쩍 잦아졌다. 스타점포로 떠오른 ‘생선밥상 어랑’은 개점 당시 한달 매출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1년만에 50%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박 위원은 5회에 걸친 점포경영 컨설팅을 통해 영업전략의 변화를 권고했다. 배달영업을 추가토록 한 것이다. 배달앱 업체 3곳을 통해 한달에 800만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점포매출도 함께 올라가 현재 한달 매출은 48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3년전과 비교하면 2.4배 이상 매출이 뛰어오른 셈이다. 한달 순이익도 3년전 250만원에서 5배를 훌쩍 넘어섰다. 

박 위원은 “골목상권도 외부전문가와 점포경영주의 노하우, 열정이 합쳐지면 얼마든지 재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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