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분석-테크핀 ②] 금융 혁신보다 ‘디지털 혁신’ 외치는 은행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8-04-15 12:00 수정일 2018-04-15 12:33 발행일 2018-04-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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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몇년 사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꼽고 있다. 비대면 거래 등이 자리잡음에 따라 IT기술의 발전 없이는 경쟁의 우위를 설 수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금융 자체의 혁신 보다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디지털 감수성 확보 및 디지털 환경에 맞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주문했다. 허 행장은 “무조건적으로 고객에게 ‘앱’만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디지털 기술로 직원을 지원하고 여유로워진 그 시간만큼 고객 만족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디지털과 친해지고 능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은 조직개편 및 인력 구조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6개 부서로 구성된 미래채널 그룹을 7개 부서로 확대하고 명칭을 디지털금융그룹으로 바꿨다. 여기에 비대면 고객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스마트고객본부도 신설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여섯 가지 금융기술을 연구하는 랩을 신설했고, K우리은행도 글로벌디지털추진팀을 신설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에 비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올해 들어 새로운 금융 서비스 발굴과 육성을 담당하는 미래금융 연구개발(R&D)본부, 미래금융전략부, 글로벌 디지털센터를 신설했다. 여기에 디지털영업 강화를 위해 디지털금융사업단, 디지털마케팅부, 기업디지털사업부, 빅데이터구축센터를 구축했다.

기술 인력도 중용하고 있다. 순혈주의의 대표적인 업권으로 분류되는 은행들이 외부에서 IT 기술 전문가를 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인공지는(A.I)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선임했고, KEB하나은행의 경우 김정한 전 삼성전자 DS부문 소프트웨어 연구소장을 영입한 바 있다.

게다가 신입행원 공개채용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신입행원 5명 중 1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채용했다. 지난 2016년 10명 중 1명 수준 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요 은행장들이 지속해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 및 IT 인력 중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행의 구조가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이 앞으로 금융사가 아닌 IT 회사로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라며 “이에 은행은 더 이상 상경계열의 꽃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