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大기자의 창업이야기] 외식시장 변화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3-14 07:00 수정일 2018-03-14 07:00 발행일 2018-03-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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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유통전문대기자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지난 주말, 집 근처에 사는 아들 내외와 손주가 놀러왔다. 집사람이 정성껏 차려준 점심을 다함께 먹고, 저녁식사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아들이 배달앱에서 중식 맛집을 찾았다. 깐풍기, 군만두,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이 그날 선택한 메뉴였다. 3만2000원의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상급이었다.

배달앱 이용자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3년 87만명에서 2015년 1046만명으로 12배 이상 늘어났다. 배달앱을 통한 거래규모도 같은 기간 3647억원에서 1조5065억원으로 4배이상 커졌다. 올해 거래규모는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배달앱 열풍에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조리해 먹는 것보다 사먹는 것, 배달시켜 먹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특징으로 하는 2030세대 2인 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문 메뉴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치킨, 피자, 중식 등 패스트푸드 일색에서 동네 맛집, 고급 레스토랑 음식까지 선택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동네상권 구석자리에 자리잡아도 맛과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2%로 2인 가구 비중을 앞질렀다. 1·2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절반을 넘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인 가구는 2017년 28.5%로 소폭 늘어나다가 2025년 31.9%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는 또 202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돌파, 초고령사회로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외식시장에 대입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동네상권에 즐비한 크고 작은 음식점들이 10년 뒤에도 생존할 수 있을까. 걸음걸이가 불편한 고령인구는 집 밖으로 나와 식당으로 힘겨운 외출을 하기보다 노인들에 특화된 도시락을 배달주문해 먹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될 2020년대에 싱글족들은 혼밥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원룸으로 배달시켜 끼니를 해결할 공산이 크다.

사무실 밀집지역 이면의 먹자골목에서는 이미 회식문화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본사를 둔 현직 대기업 임원은 “머지않아 직장 회식은 없어질 것”이라며 “젊은 사원들이 저녁회식보다는 자기 시간을 갖기를 원해, 회식 횟수를 확 줄였다”고 말한다. 외식업 경력 35년의 A사장 “10년 전만 해도 관악구에서 주꾸미 식당을 열어 하루 5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다시 오지못할 추억이 돼버렸어요. 지금은 그보다 더 큰 매장인데, 매출은 절반에 불과한 형편이죠.”

저출산, 고령화, 배달앱, 도시락, 편의점 푸드존…. 2020년대 국내 외식시장에 쓰나미를 몰고올 태풍급 변수들이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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