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전락한 저축은행 사외이사

이수복 기자
입력일 2018-03-12 17:02 수정일 2018-03-12 17:48 발행일 2018-03-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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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OK·웰컴·애큐온·JT친애 사외이사 지난해 이사회 안건 ‘찬성’일색
전문가 "부실 경영정책 제대로 검증 가능한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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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도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영진이 제시한 안건마다 찬성 일색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사외이사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발생을 방관했던 전력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의 ‘2017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 5곳(SBI·OK·웰컴·애큐온·JT친애)의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열린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구체적으로 SBI저축은행 사외이사 5명은 지난해 열린 17회의 정기·임시이사회 중 올라온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했다. OK저축은행 사외이사 3명도 18차례의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웰컴, 애큐온, JT친애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각각 4명, 4명, 5명의 사외이사가 지난해 10~20여 차례의 이사회에 올라온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으로 일관했다.

사외이사의 역할이 경영진이 내세우는 안건에 그저 동조만 하는 ‘거수기’로 한정된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저축은행업계의 ‘거수기’ 사외이사 구조가 부실 경영의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경영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실경영 정책 안건이 사외이사의 아무런 반발 없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과거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사외이사들이 사태 발생에 수수방관한 과거 전력 때문이다.

실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중심이었던 토마토·제일·대영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들은 부동산PF 사업 및 불법 대출 등에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곧 부실 사태로 이어진 바 있다.

박덕배 금융의 창 대표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로 꾸려져 있어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금융위원회에서 사외이사 풀을 구성해서 저축은행들로 배분하는 방식도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는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도 안건에 대해 충분히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며 “이사회 일주일 전에 사외이사들이 안건을 공유하고 검토해 의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복 기자  goodluckh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