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시장 진출 엇갈린 카뱅, 케뱅…은산분리 동상이몽

이수복 기자
입력일 2018-03-04 17:49 수정일 2018-03-04 17:52 발행일 2018-03-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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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뱅 주담대 상품 출시 연일 밀려…전월세대출 흥행한 카뱅과 대비
은산분리 규제로 복잡한 지분구조 케뱅, 유증 지지부진
규제 받지 않아 지분구조 비교적 단순한 카뱅, 유증으로 실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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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출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흥행 성적이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일찌감치 유상증자에 성공해 전·월세 대출 상품 흥행몰이에 성공한 반면, 케이뱅크는 지지부진한 증자에 주택담보대출상품 출시를 연일 연기하며 ‘울상’ 짓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일 기준 700억원 규모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약정했다. 대출한도 및 금리 누적 사전 조회 건수는 8만4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3일 파일럿 상품으로 특별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목표 약정금액의 70%를 넘어선 것이다. 이 같은 대출 약정 속도로 볼 때 이달 안으로 특별판매 목표 약정금액인 1000억원에도 도달할 것이 유력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반면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출시를 연기하며 부동산 대출 사업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주담대 상품을 내놓겠다던 계획을 올 1분기로 연기했지만 아직까지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한 자본금 확충 여부가 이 같은 엇갈린 행보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10%로 제한된다. 의결권도 4%까지만 허용된다.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20여 개의 주주사가 지분을 소유하는 복잡한 지분구조로 구성돼 있다. 우리은행과 KT, NH투자증권이 10%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한화생명보험 등 4개 주주사가 6~10%대 지분을, 나머지 13개 주주사가 5% 미만 지분을 각각 나눠가지고 있다.

이런 지분구조로 인해 케이뱅크는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려 해도 주주사들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해야 해 이견조율이 쉽지 않다. 실제 케이뱅크의 2차 유증 협상에선 일부 5% 미만 소액 주주사들이 자금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탈 움직임을 보였다.

케이뱅크 측은 “소액 주주사가 투자를 부정적으로 여긴다고 유증이 무산된 건 아니”라며 “주요 주주들과의 협상이 큰 틀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고 유증 공백엔 새 투자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카카오뱅크의 지분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와 카카오(10%) KB국민은행(10%)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자본이어서 은산분리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며 안정적으로 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같은 지분구조 덕분에 자본금 확충을 위한 증자 결정 과정도 수월하게 진행됐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9월 일찌감치 5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시행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 인기의 여세를 몰아 상시판매로 전환을 노리며 한 발 더 앞서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판 대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전·월세 보증금 대출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약정금액 달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상품 개발 파트에서 전·월세 보증금 대출상품을 상시판매 확대·전환하기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복 기자 goodluckh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