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불황이라면서…모기업 배 불리는 배당 논란

이수복 기자
입력일 2018-02-27 17:11 수정일 2018-02-27 17:14 발행일 2018-02-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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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카드사 총 1조1187억원 배당
실적 악화에도 배당금 규모 여전히 높아
배당 이익 지주사에게 흘러가 성장 가로막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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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한 실적을 보인 카드사들이 올해도 통 큰 배당에 나선 가운데 과도한 배당이 카드업계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카드사 지분 대부분을 모기업이 가지고 있어 카드업계 이익이 모기업의 배만 불리는 용도로 전용되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삼성, 비씨, 현대, 롯데 등 6개 카드사는 올해 총 1조 1187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신한카드가 60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배당을 시행한다. 1800억원을 배당한 KB국민카드와 1644억원을 배당한 삼성카드가 그 뒤를 이었다. 비씨카드 959억원, 현대카드 568억원, 롯데카드 216억원을 각각 배당한다.

이러한 배당은 카드업계 불황에 따른 저조한 실적에 비해 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신한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9138억원을 기록했지만 비자카드 주식 처분(180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7159억) 보다 11.5% 감소한 6338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3867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르노삼성차 배당금 399억원을 빼면 전년(3494억원) 대비 26억원의 순익이 줄어든다. 배당성향은 42.5%로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롯데카드도 현재까지 공시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순이익은 전년 보다 55.6%나 급감한 399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배당금은 30억원 가량 늘렸다.

문제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 최고금리 인하 등 카드사를 둘러싼 환경이 날로 안좋아 진다는 것이다. 즉 카드사들은 수익을 악화되고 있는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하지 못하고, 모기업의 이익 전용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모기업들이 계열사의 수익을 다른 사업에 전용하기 위해서 고배당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계열사의 장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복 기자 goodluckh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