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페어플레이 사회 이끄는 서민 금융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입력일 2018-01-28 16:12 수정일 2018-01-28 16:13 발행일 2018-01-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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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의 압권은 단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은 중국 선수들과의 접전 끝에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짜릿한 역전의 드라마를 썼다. 경기를 보며 내내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자 쇼트트랙은 그 전에 치러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노(No)메달’에 그쳤었다. 우리 대표팀은 당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석연찮은 판정으로 중국에 메달을 넘겨줘야 했다.

그랬던 여자 쇼트트랙이 과거를 설욕하고 성공의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한 것과 더불어 정해진 룰(Rule) 안에서 공정한 경기가 치러진 데 있다.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해 재기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기본임을 보여준 것이다.

서민금융 역시 이런 올림픽 정신과 닮았다.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서민금융의 지향점이다.

꿈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거나, 자금을 마련하고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 실패를 겪은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서민금융의 역할이다.

그동안 서민금융의 지원을 받은 사람 중에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도 있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의의 사고나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이들에게 현재의 실패도 힘겨운 일이다. 그런데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더욱 절망스러울 것이다.

최근 금융에 대한 여러 비판도 이런 환경에서 출발했다. 우리 금융은 그동안 소득과 신용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소득과 신용이 낮은 서민들에게는 좀 더 높은 금리를 매기고 대출까지 제한해 왔다. 여기에 상환능력이 없는 연체자에게는 적극적인 추심으로 서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 신뢰가 기반인 금융이 되레 우리 사회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앞으로 사회적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5%에 달했다. 자신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68%는 계층이동 가능성에 ‘낮다’고 답했다. 서민들이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없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올해는 이런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서민금융진흥원도 정부와 금융업권과 함께 발벗고 나선다. 서민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고 안전망 대출을 통한 고금리 전환자금 지원, 사잇돌 대출과 같은 중금리 대출을 공급에도 앞장선다.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데도 먼저 나설 계획이다.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선수들처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서민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서민금융진흥원은 꿈을 꾸는 서민들이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고자 한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꿈이 ‘메달’인 것처럼 서민금융 지원을 통해 서민들이 모두 저마다의 올림픽에서 반짝이는 메달을 손에 쥐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