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 자영업] '환산보증금 덫' 걸린 일식집 사장의 눈물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8-01-02 07:00 수정일 2018-01-01 15:49 발행일 2018-01-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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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은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이다. 여기서 일식집을 운영했던 P사장은 호텔 셰프 출신으로 10년간 확보한 상당수의 단골고객들을 믿고 독립을 결심했다. 2010년 보증금 4000만원, 월세 25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창업비 1억6000만원을 들여 식당 문을 열었다. 1년뒤 건물주는 월세를 15만원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기존 월세에서 6% 올리는 것이라 미미하다고 생각한 P사장은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여기엔 큰 차이가 있었다. 환산보증금이 2억9000만원에서 3억500만원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상가임대차법에서 규정하는 ‘차임 증액 요구’의 상한선 규제(9%)에서 벗어난다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서울의 환산보증금 기준은 3억원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이듬해 건물주는 월세를 36% 더 인상, 350만원을 요구했다. 건물주의 꼼수에 당한 P사장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서둘러 가게를 비웠다. 이처럼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순간 임대인은 임차료 인상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건물주가 바뀌거나 재건축 등의 이유로 임차인들이 내쫓기는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던 K씨는 2011년 5월 가게를 인수했다. 건물주로부터 10년이상 장사해도 좋다는 언약도 받았다. K씨는 점포 양도자에게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주고, 밀린 임차료까지 대신 갚았다. 시설비 2억6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전면 리모델링, 신장 개업했다. 장사는 그런대로 잘 됐다. 2년이 지날 무렵 건물주가 바뀌었다. 새 건물주는 가게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식당을 운영키로 했다는 이유를 댔다. K씨는 은행 대출금 1억6000만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고 가게를 내줘야 했다.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가게였기에 상가임대차법은 K씨에게 무용지물이었다. 법은 임대인에게 한없이 관대하지만 임차인에게는 가혹하다는 것을 K씨는 뼈저리게 느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