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겨울철에 더 주의… 롱부츠·압박스타킹 ‘적당히’

최은석 기자
입력일 2017-11-29 12:49 수정일 2017-11-29 12:49 발행일 2017-11-30 99면
인쇄아이콘
베나실로 수술 없이 교정 가능
민트_하지정맥류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26·여)는 굵은 종아리가 콤플렉스다. 그는 매년 겨울이면 압박스타킹과 롱부츠로 다리를 가리며 콤플렉스를 보완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점점 다리가 무겁고 피곤하고, 실핏줄이 생기더니 올해엔 정도가 더 심해졌다. 급기야 무릎 뒤부터 종아리쪽으로 혈관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신경쓰여 병원을 찾았더니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았다.

하지정맥류는 정맥에 이상이 생겨 다양한 형태로 튀어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외관상 혈관 모양이 꼬불꼬불하고 튀어나와 있으며 지름이 3㎜ 이상인 혈관을 지칭한다. 정맥류는 여성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남성보다 여성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은 “정맥류는 혈액역류를 막아주는 정맥판막에 문제가 생겨 다리 등 피부표면에 퍼진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일종의 혈관질환”이라며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았어도 초음파검사에서 비정상적인 혈액흐름을 보이는 표재성 혈관도 정맥류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치하면 비정상적인 혈액흐름이 지속돼 부종, 색소침착, 피부염, 궤양 등이 유발되는 ‘만성 정맥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다리가 자주 붓고 부기가 빠지지 않거나 △종종 다리가 저리거나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무겁거나 △수면 중 다리에 쥐가 자주 나거나 △명확한 이유 없이 다리가 불편한 느낌이 든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간단한 초음파검사로 바로 진단받을 수 있어 의심된다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겨울철은 운동부족으로 하지정맥류가 쉽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에 활동량이 줄어들면 종아리근육과 혈관펌프 기능이 저하되며 혈액흐름이 느려지고, 하지로 혈액이 몰리기 십상이다. 이런 현상이 오래되면 피부 밖으로 혈관이 튀어나오며 하지정맥류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업무 시 자주 스트레칭해주고, 산책을 생활화하는 게 도움이 된다.

이밖에 롱부츠, 스키니진, 미용 압박스타킹 등 ‘겨울철 필수템’도 대부분 하체순환을 방해해 다리건강에는 좋지 않다. 타이트한 롱부츠·스키니진 등 하체를 압박하는 의류는 다리가 가늘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하지만 지속적인 압박으로 하체 정맥순환이 방해받으면 하지정맥류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미용목적으로 나온 ‘무조건 타이트하게 만든’ 압박스타킹은 다리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다. 무조건 다리가 가늘어보이도록 무조건 압박 정도만 강력하게 내놓다보니 다리 전체 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결국 정맥 내 압력을 높여 하지정맥류를 유발할 수 있다.

또 대퇴신경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타구니 부근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눌리며 허벅지 앞쪽과 옆쪽 감각을 담당하는 대퇴신경이 압박돼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압박스타킹을 신은 뒤 허벅지가 바늘로 콕콕 쑤시듯 아프거나 저리다면 즉시 착용을 중단해야 한다.

김건우 원장은 “압박스타킹은 본래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기기”라며 “근본적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용 고탄력스타킹을 착용해 다리 정맥의 혈액순환을 도와 다리를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압박스타킹은 필요한 부위에 정확한 압박을 주는 점진적 감압 방식의 제품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넉넉하지 않고 딱 달라붙는 롱부츠도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부츠를 신은 날 저녁에 다리가 저리거나 퉁퉁 붓는다면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요즘엔 압박스타킹이나 레깅스 등과 함께 매칭하는 경우가 많아 압박이 배가될 수 있어 탈착용 주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하지정맥류 증상이 나타났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초기에 잡을수록 치료가 용이하다. 정맥류치료는 망가진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절개수술’, 문제혈관을 경화제로 굳히는 ‘혈관경화요법’, 병변이 생긴 정맥을 레이저·고주파 등으로 태우는 시술법 등이 있다.

혈관이 튀어나온 정도가 아주 심하지 않으면 수술요법은 거의 적용하지 않는다. 혈관경화요법은 실핏줄 등 초기증상에 국한돼 쓰이므로 근본적 치료라기엔 무리가 있다. 고주파·레이저 치료는 수술에 비해 간편하지만 열을 이용한 치료라는 점에서 시술 후 통증이나 멍이 생길 수 있고, 치료 후에도 3~4주간 압박스타킹을 신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하지정맥류 특화진료에 나서고 있는 민트병원(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재)은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의료용 접착제로 간단하게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베나실’(Venaseal)이라고 소개했다. 베나실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신뢰도 높은 하지정맥류 치료법이다. 문제가 되는 혈관에 접착제(베나실)를 얇게 도포해 폐쇄시키는 원리를 쓰며, 이를 통해 정맥피가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고 하지정맥류를 근본적으로 치료한다.

집도의가 초음파 영상 가이드를 보며 정맥에 2㎜ 정도의 얇은 의료용 도관(카테터)을 삽입, 문제 혈관에 카테터로 생체접착제를 주입해 늘어난 혈관을 붙여준다. 주입과 동시에 해당 혈관은 폐색되고 혈류는 멈춘다. 접착제는 체내에 서서히 흡수돼 안전하다. 베나실 치료는 마취하지 않고, 시술 후 통증이 적고 멍이 들지 않으며, 압박스타킹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

김건우 원장은 “베나실은 새로 도입된 만큼 혈관질환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도가 높고 하지정맥류의 혈관내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혈관조영장비 등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게 유리하다”며 “시술에 앞서 혈관초음파, 혈관조영술 등 면밀한 검사로 문제 혈관을 정확히 짚어내고, 세밀한 시술로 재발률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kd9494@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