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폐업, 새로운 출발] 지난해에만 90만명 문 닫았는데...정부는 "창업! 창업!"

강창동 기자
입력일 2017-11-19 13:42 수정일 2017-11-20 10:01 발행일 2017-1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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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구멍가게… 도소매업 영세 자영업자 감소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채소가게나 옷가게, 슈퍼, 철물점 등을 운영하는 도소매 영세자영업자가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임대 문의 문구가 붙어있는 폐업 상점의 모습(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동네상권에서 2013년 10월 분식점을 오픈한 N씨(여, 42)는 3년간 적자가 누적되면서 가게운영 의지를 잃었다. 2016년 접어들면서 한달 매출은 20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월세 80만원 내기도 힘겨웠다. 적자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업정리를 결심한 N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은 ‘한국폐업지원희망정책협회’. 협회 소속 컨설턴트가 지원에 나섰다. 맨 먼저 냉장고, 튀김기 등 중고집기 판매에 착수했다. ‘폐업119’ 앱을 활용해 중고물품 매입업체들에게 입찰을 붙였다. 멘붕에 빠진 폐업자들이 헐값에 집기를 팔아치우는 것을 막은 것이다. 점포 철거와 원상복구를 놓고 건물주와 공사범위를 조율하는 일도 컨설턴트가 책임졌다.

경기도가 펼치는 ‘사업정리 도우미’ 예산 100만원을 타내는 것도 컨설턴트가 도움을 줬다. 점포를 정리한 뒤, 카드사의 텔레마케터로 채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함께 면접 및 자기소개서 작성법도 알려줬다. 밑바닥을 헤매던 소상공인이 임금근로자로 거듭난 것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취업자수 2674만명 중 비임금근로자는 686만명으로 25.6%에 달한다. OECD국가들보다 10%포인트나 높은 비율이다.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 대부분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는 2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나홀로 사장’이거나 무급가족종사자가 장사를 돕는다. 작년과 올해 창업한 사람 중 창업비 500만원 미만이 10명 중 3명 꼴이고, 절반은 창업 준비기간이 3개월이 채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폐업자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폐업자는 최근 10년간 해마다 80만명을 웃돌고 있다. 작년에는 90만명을 돌파, 가장 많았다. 같은 해 신규 창업자 122만6443명의 73.9%에 해당하는 90만9202명이 폐업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초점은 모두 창업에 맞춰져 있다. ‘성공창업’을 위한 자금대출과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거의 전부이다. 폐업지원 정책으로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의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 유일하다. 이 사업도 책정된 예산이 75억원에 불과하다.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의 수혜자는 2500명으로 지난해 연간 폐업자 91만명에 비하면 0.27%에 불과하다.

고경수 (사)한국폐업지원희망정책협회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매년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폐업자들을 시장경제에 맡겨 방치하는 것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창동 유통전문 大기자·경제학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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