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약 기피하는 부모들, ‘잘못된 인식 때문’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7-10-31 10:33 수정일 2017-10-31 10:33 발행일 2017-10-3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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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K씨는 2년 전부터 아이에게 ADHD 약 처방과 함께 인지치료와 놀이치료 등을 시키고 있다. 유치원 때 아이가 산만해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다. 소아정신과 병원을 찾아 약물처방을 받은 후부터 아이는 놀랍게 좋아졌고, 지금은 성적도 많이 올랐다.

국내에서 ADHD 치료약을 복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아직 K씨와 같이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가정도 드물지 않다. 아이가 ADHD(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 진단을 받으면 부모들은 우선 당황하고, 상담을 받은 곳마다 치료 방법을 달리 제시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특히 많은 이들이 ADHD 치료약 복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약 처방 시 치료 기록이 남으면 아이 장래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부작용이생기지는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사실 ADHD 약물치료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가장 효율적인 치료법이며, 치료 후 80% 정도가 분명한 호전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ADHD 치료약 복용은 집중력과 기억력, 학습능력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결과를 보인다. 또 수행능력이 발달하고, 주의 산만함과 과잉활동, 충동성이 감소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부모들이 약물치료가 아닌 다른 치료에 눈을 돌린다. 다른 데서는 못 알아내는 ‘무슨 증후군’이나 ‘감각통합 문제’를 혼자 진단하는 것이 뭔가 실력이 좋은 것 같은 생각에서다. 또 ADHD의 원인이나 진단방법을 설명한 것을 보고 과학적이라서, 치료법도 과학적일 거라 오해해서 그러는 부모들도 많다. 동의보감에는 장기판의 ‘졸’이 뒤로 가지 않으므로 삶아 먹으면 변비에 특효가 있다고 하거나 투명인간이 되는 처방도 있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역사적인 가치만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ADHD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죄책감이나 친척이나 지인의 조언들로 인해 약물치료가 아닌 두뇌훈련 등 근거 없는 비싼 치료에 시선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연방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버드와 함께 두뇌훈련을 개발했다고 광고한 두뇌센터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부모들은 아이의 숙제나 시험준비, 등교준비 등을 도와야 하는 문제와, 주변에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문제 등으로도 크게 상처를 받는다.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등의 피해를 입어도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ADHD 아동의 부모는 주변의 시선이나 조언 때문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더 힘들어진다”라며, “아이의 질병은 부모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잘못된 인식을 전달하거나 약물에 대해서도 중독이나 의존 등의 검증되지 않은 조언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말은 두뇌훈련이나 뉴로피드백 등의 확실하지 않은 치료법보다, 선진국에서처럼 약을 먹이는 것이 제일이라고 다독여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pres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