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생체시계’, 성조숙증 원인 설명해

유원석 기자
입력일 2017-10-23 09:00 수정일 2017-10-23 09:00 발행일 2017-10-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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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낮과 밤의 하루 주기에 따라 인체에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생물학적 연구로 밝혀낸 미국 과학자 제프리 C 홀, 마이클 로스바시, 마이클 영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생체시계에 따라 아침저녁으로 몸의 변화가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서카디언(circadian·24시간 주기) 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밝혀냈다. 특히, 이 연구는 생체시계 균형이 깨진 성장기 아이들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원인을 일부 규명하고 있어 관련 의학계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생체시계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 생물들은 지구의 자전주기인 24시간에 맞춰 정확히 신체 내 생체시계를 맞춘다. 사람은 생체시계에 맞게 호르몬이 분비돼 체온이나 혈압, 식욕, 수면 등이 알아서 조절된다. 즉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는 규칙적인 생리현상이 생체시계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다. 생체시계 리듬에 문제가 생기면 수면장애, 피로, 우울증은 물론 심혈관 질환이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몸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시계이다. 매일 아침 생체시계는 햇빛의 영향을 받아 다시 맞춰짐으로써 24시간 주기로 조정된다. 오후 9시~자정에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시작하고 체온이 낮아지며 수면 유도에 효과적으로 몸이 맞춰진다. 밤 0~3시에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최고에 이르러 깊은 수면 상태를 유지한다. 오전 6시쯤에는 몸이 일어날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가 시작된다. 오전 9시~정오에는 각성도가 최고조에 이르므로, 중요한 회의나 결정을 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정오~오후 6시는 신체와 정신 활동 모두 최적의 상태에 이른다. 이 시간 동안 햇볕을 충분히 쬐는 야외 활동을 많이 해야만 밤에 쓸 수 있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축적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생체시계에서 가장 주요한 햇볕 쬐기와 수면에 큰 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학업과 스트레스, 야간에도 밝은 빛에 노출되는 환경 모두가 수면에 큰 방해가 된다. 수면 부족은 기억력 저하, 학습저하, 면역력 약화를 불러온다. 특히, 잠이 부족하면 생태시계는 비상조치로써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을 줄이고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을 늘리게 된다. 수면 부족은 고지방 식사로 이어지고 고지방 식사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은 성호르몬을 자극하게 된다. 결국, 성장기 아이들의 생체시계 균형이 깨지면 성조숙증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성조숙증은 여자 만 8세 이하, 남자 만 9세 이하 이른 나이에 사춘기 증후가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급성장기를 미리 겪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어 어른이 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키가 작게 된다. 또한,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겪는 몸의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조기 폐경, 유방암, 자궁암 등의 발생 위험도 높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성조숙증 관련 전국 의료기관 진료 건수는 최근 6년 새 약 3.1배나 증가하여 2016년에는 86,352건에 이른다.

몸의 생체시계에 따라 생활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키를 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피치 못할 환경에 처해있는 상황이라면 생체시계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8시간 이상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부족한 수면이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도록 해 생체시계의 한쪽을 맞춰주며 수면의 질을 높인다. 잠자기 전 가벼운 운동을 하고 야식은 피한다. 낮잠은 20분 이내로 하여 되도록 밤에 깊이 잘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생체시계의 리듬을 찾으면 몸 스스로 하루 내 쌓인 젖산과 노폐물을 배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비만을 예방한다. 평소 조금씩 자주 먹도록 하며, 물을 많이 마시고, 성장에 좋고 소화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양질의 단백질을 잘 섭취하도록 한다.

하이키한의원 강남본원 박승찬 대표원장은 “생체 시계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몸 본래의 힘을 찾아주는 치료의 의의와 일맥상통한다. 성조숙증도 식습관을 바로 잡고, 체중을 관리해주며,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주는 등 아이의 생체시계 리듬을 되찾아줌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더불어, 전문기관의 성장종합검사를 통해 아이의 성장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아이의 키 잠재력은 부모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고 전했다.

유원석 기자  mapzzz@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