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계약에 저효과 복제약 처방… 고스란히 환자 피해"

노은희 기자,신태현 기자
입력일 2017-09-27 14:59 수정일 2017-09-27 18:39 발행일 2017-09-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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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산업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가 ‘리베이트’다. 정부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 ‘리베이트 투아웃제’(2014년)에 이어 제약사가 의료인에게 제공된 경제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관리, 보관하게 하는 ‘한국판 선샤인 액트’을 도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리베이트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통계가 없으며 중소 제약사들의 제네릭(복제약) 경쟁에 현실적으로 음성적인 수법이 교묘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지는 제약업계 리베이트의 현실과 그 해결방안에 대해 2회에 걸쳐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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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근절은 여전히 난제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음성적인 수법으로 다양하게 변모되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석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약사의 리베이트 적발 현황은 2012년~2016년 2276건, 액수는 672억77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1.2%(27건)에 불과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45개 공공의료기관의 청렴도 측정 결과 공공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의료기기 구매 관련 리베이트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이 30.5%에 이를 정도로 불공정 리베이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사들마다 ‘CP(공정거래 자율준수) 운영’에 촉을 세우고 있지만 리베이트의 지능적 수법과 CSO(영업대행사)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처벌이 가볍고 관리가 안 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며 “노바티스 사건과 같이 드러나지 않는 우회 리베이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법에서도 면책해주는 유형이 있어 악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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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은 지난 해 학술대회, 광고, 기부 등 각 주제별 질문에 따라 약사법,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의 법규를 근거로 행동지침을 설명을 넣은 ‘CP FAQ 가이드북’을 발간했다.(사진제공=대웅제약)

노바티스는 해외학술대회 의사 참가비 지원, 부당 판촉행위 및 일부 지원대상 의사 선정에 관여한 것이 적발돼 일부 품목에 대한 급여 정지와 함께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559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또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규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CSO를 통한 영업 아웃소싱도 문제다. 특히 CSO 활용은 대형제약사보다 브랜드 인지도 및 인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에서 높은 편이다. 이들은 제약사로부터 받은 판매수수료를 의사에게 직접 건네주거나 기준가보다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등 리베이트 형태의 뒷거래가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약사가 위탁한 CSO와 CRO(임상시험수탁기관)가 의·약사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을 경우 지출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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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푸르미르 호텔에서 2016년도 하반기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과 CSO와의 계약으로 어쩔 수 없이 계약된 약을 쓰는데 대부분 중소제약사의 복제약이 많아 약효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에만 계약과 상관없는 약을 처방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법망을 피하기 위한 무리한 영업행위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지식산업감시과 유인욱 과장은 “최근 정부의 리베이트 강력 단속과 김영란법 도입으로 리베이트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들도 있지만 공신력 있는 통계는 없다”며 “제약사가 CSO를 통해 병원에 직접 돈을 건넬 일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도한 경제적 이익을 미끼로 경쟁사의 고객을 유인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업계의 윤리경영을 훼손하는 CSO를 활용한 불법 리베이트 영업에 강력한 자정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노은희·신태현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