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시장 심각하네…청약률 0%대 속출

정해균 기자
입력일 2017-09-24 17:17 수정일 2017-09-24 17:18 발행일 2017-09-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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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발(發) 미분양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부산과 세종 등 일부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청약자가 1명도 없는 ‘청약률 제로(0)대’ 단지가 속출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시장에선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심리위축에다 기존 분양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하면 보다 시장 침체도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2~3년 앞선 2010~2012년에 먼저 호황기를 맞아 가격이 많이 올랐고, 아파트도 집중적으로 공급됐다. 이에 정부 차원의 지방 미분양 관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이 경기 포천시 포천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 단지에 대해 1·2순위 청약을 받은 결과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총 254가구인 이 단지는 전용면적 73~80㎡까지 다양한 틈새면적을 적용, 선택폭을 넓혔지만 실수요자들이 외면한 것이다. 경기도 ‘양평양수리 더 리버파크’는 62가구를 공급했지만 청약 접수가 6건에 그쳤고, 충남 서산 금호어울림은 725명 모집에 35명만이 신청했다. 이달 분양에 나섰던 업체들이 대부분 지방에 연고를 둔 중소건설업체라는 점도 청약률 0%대에 영향을 미쳤지만, 중견업체인 서희건설이 경북 칠곡군에서 분양한 ‘칠곡 북삼 서희 스타힐스’ 역시 256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건수가 11건에 불과했다. 유명 브랜드 단지도 청약경쟁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금호건설이 충남 서사산 테크노벨리 일원에서 725가구를 모집한 서산 금호어울림 애듀퍼스트도 35명만 신청했다.

지방에서 건설사들이 잇따라 분양에 실패하는 것은 그만큼 분양시장이 좋지 않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지방 미분양 사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은 1만2117가구로 전년 대비 15.6%(2233가구) 크게 감소한 반면 지방은 4만2165가구로 전월(4만2758가구) 대비 1.4%(593가구) 줄어드는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대구(-20.7%), 전남(-19.1%), 강원(-12.1%) 순으로 미분양 주택 감소폭이 컸다. 반면 경남(5.9%), 경북(4.2%) 등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증가했다. 세종은 4개월째 미분양 주택 ‘0’ 기록을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추석 연휴 이후 하반기에 분양 물량이 집중 공급되면 이 같은 미분양 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침체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미분양 물량 증가가 주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업체와 분양 시기 조절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