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나선 상장사 ‘찬바람’…‘유상증자=호재’는 옛말

김소연 기자
입력일 2017-09-11 17:03 수정일 2017-09-11 18:04 발행일 2017-09-12 8면
인쇄아이콘
이미지 005

최근 유상증자에 나선 코스피 상장사들의 기업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대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자금 용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주식 가치가 하락하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내보낸 코스피 상장사(기재 정정 제외)는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한화손해보험 등 12곳이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등을 보유한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6일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장 마감 후 공시했다.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시설자금 661억원, 운영자금 511억원, 기타자금 328억원에 사용할 것이라며 자금 조달 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다음날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12.1% 급락했으며, 11일 주가는 1만635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동물용 사료 제조업체인 선진의 경우에도 7일 112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다음 날 주가는 19.9% 떨어졌다. 선진 역시 이날 장중 한때 1만635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줄 경우 유상증자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인적분할하면서 두고 온 해외 생산법인 인수와 설비투자비(CAPEX)를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 희석 우려가 있으나 성장을 위한 ‘좋은 증자’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유상증자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의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가치가 32%나 희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구조 상 유상증가가 불가피할 만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투자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명확한 투자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s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