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자본시장법 제정 10년, 시장 역동성 오히려 후퇴”

김소연 기자
입력일 2017-09-11 16:13 수정일 2017-09-11 16:13 발행일 2017-09-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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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중심규제, 규제 완화 아닌 규제 합리화\"
금융혁신과 투자자보호 위해 원칙중심 규제 전환 필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자본시장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자본시장 역동성은 오히려 떨어졌다면서 자본시장 관련 규제패러다임을 원칙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자본시장법은 2007년에 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가 자본시장법 안에 덧대기 식으로 과도하게 생산됐다”면서 “예외의 예외를 낳는 후속규제들의 속출로 자본시장 역동성은 떨어지고, 시장참여자들의 규제에 대한 내성만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본시장 중심의 자금공급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자본시장이라는 토양 위에 금융투자회사의 모험자금 공급을 통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원칙중심규제는 시장 친화적인 규제환경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원칙중심규제는 현재 규정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부분도 규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엄격한 사후 책임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규제 패러다임”이라면서 원칙중심 규제 전환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 성공은 자본시장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자본시장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내년 혁신적인 금융사업자에 대해 한시인가, 개별규제 면제 등 특혜를 적용하는 ‘금융혁신지원 특별법’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재 금융위는 규제부담 없이 혁신적 서비스 개발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 테스트베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미래 금융산업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변화된 환경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자본시장 혁신 필요성에 동의했다.

‘자본시장법상 원칙중심규제의 도입 필요성 및 개정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용재 고려대 교수는 “금융혁신과 투자자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원칙중심규제라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원칙중심규제는 규제완화가 아닌 규제 합리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자본시장은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 핀테크 발달로 어느 금융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규정 중심의 규제 아래에서는 자본시장의 혁신 위험과 관련한 법령이 사전에 제정되지 못해 규제 사각지대가 생겨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를 열거한다고 해서 제2의 동양사태를 막을 수는 없고, 오히려 열거된 규제의 종류만 늘어날 뿐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존 워커 한국 맥쿼리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호주는 시장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 자율성을 권장했다”면서 “일반 의무는 원칙 중심이며 원칙 위반시 엄격한 제재를 적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맥쿼리는 1969년 설립된 호주 기반의 금융투자회사로, 118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워커 회장은 “호주의 금융회사는 ‘회사법’에 따라 11개의 일반 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지만, 이 의무의 적용 방식은 각 금융사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는 저성장,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금융시장의 혁신·창의를 이끌어내고 금융규제 패러다임을 원칙중심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김소연 기자 s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