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수료 무료 경쟁 격화…'치킨게임' 우려

김소연 기자
입력일 2017-09-07 17:06 수정일 2017-09-07 18:25 발행일 2017-09-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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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갈수록 감소 추세
변화된 디지털 환경서 살아남기 위한 증권사 자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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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수수료 무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출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 살 깎아먹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다음 달 말까지 모바일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 나무(NAMUH)에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은 국내 주식거래 시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기로 했다.

이 외에도 모바일 주식 거래 시 △미래에셋대우 2025년 △신한금융투자 2030년 △한국투자증권 2022년 △삼성증권 2020년 △대신증권 2020년까지 수수료 무료 혜택을 준다. 고객들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포석이다.

이로 인해 증권사의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3%다. 앞서 2002년 72%까지 차지했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대형증권사의 수익 비중은 ‘자기매매’가 42.2%로 가장 컸다. 이어 브로커리지와 투자은행(IB) 부문이 각각 33.6%, 12.3%를 차지했다. 증권사 수익의 성패는 자기매매, IB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업무에서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기보다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다양한 수익창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무료’로 제시한 이상 되돌릴 순 없게 됐다”면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제는 수수료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게 됐고, 일단 가능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는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기 위한 증권사들의 자구책이란 목소리도 있다. 점포 없는 온라인 증권사로 출범한 키움증권이 새로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강자의 위치를 차지했듯 증권사들이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인성 NH투자증권 디지털고객본부 본부장은 “카카오뱅크가 은행업에 충격을 준 것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한 뒤 새로운 디지털 투자 솔루션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 본부장은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치열한 경쟁이 아닌 혁신의 시작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s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