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디지털 몰상식' 정책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7-07-06 15:24 수정일 2017-07-06 15:26 발행일 2017-07-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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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정부가 펼치는 그럴싸한 정책이 일반 국민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운 일이 자주 발생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일이다. 정부는 물론 국회에도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할 전문가가 하나도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의 공통점은 디지털 상식이 결여돼 정책의 실효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현 정권 들어서도 전철을 밟는 사례가 발생했다.

취업용 이력서에서 학력과 출신지를 기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정책이 그런 것 중 하나다. 학력난을 제거한다고 해도 제출서류 첨부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학적이 드러나게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과거 수상 실적물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에는 보통 학교 및 학과 소속을 표기해 놓고 있다. 이런 수상 이력 등은 인터넷상에 노출돼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과거 학적을 찾아 낼 방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우회 가능한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다.

출신지 표기 금지도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취업지원자의 출신지 관련 신원을 알아내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또한 지원자 출신 학교에 있는 취업준비 담당관에게 전화 한 통화면 그 정도 정보는 알아낼 수 있다. 학교 측은 신체 정신 장애 등 편견적 판단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개인정보는 제공요구시 거부할 수 있겠지만 출신지 정보 같은 것은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마다 기존 근무 직원은 물론 취업지원자에 이르기까지 성향과 품성을 판단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SNS 빅데이터 처리를 통해 인적 정보를 분석하는 추세가 이미 보편화된 점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생활 속에 IT가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디지털 시대인데도 정치권에서는 이런 상식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과거 정권에도 이런 류(類)의 실책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해 놓고도 생년월일은 여전히 수집하는 관례다. 지금 현행 주민번호 뒷자리 일곱 숫자를 변경하지 않고는 성명과 주민번호 앞자리 여섯 숫자만 입력하면 뒷자리까지 고스란히 인터넷에서 뜬다. 이미 수많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어 그렇다. 기존 고객인 경우에는 이미 사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주민번호 일체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저장돼 있기에 저절로 뒷자리까지 검색 가능하다. 금융기관 현장에서는 고객을 대면해 본인 확인 목적으로 신분증을 요구하는 순간 생년월일은 물론 지문 등 모든 것이 노출된다는 사실을 금융당국이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도 정부가 금융거래시 주민번호 요구하는 일이 폐지됐다는 말이 과연 국민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를 주는지 정부는 차제에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디지털 상식 결핍증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다 보니 문제점들이 계속적으로 재연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 조롱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 정부의 심각한 고민이 요구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