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비웃듯 쏘아 올린 북한 ICBM… 한반도 다시 초긴장 국면 돌입

안준호 기자,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7-07-04 17:05 수정일 2017-07-04 18:19 발행일 2017-07-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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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NSC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사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이번에는 ‘미사일의 완성체’라고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북한 발표대로 ICBM 발사가 성공했다면 북한은 세계 6번째 ICBM 보유 국가가 된다. 더불어 한반도 주변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군사적 긴장관계가 조성될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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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전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왼쪽은 친필서명, 오른쪽은 ICBM 발사와 관련한 국방과학원 문건에 서명하는 김정은의 모습. (연합)

특히 본토를 위협받게 되는 미국의 강력한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북한의 다음 수순이 ICBM에 소형화된 핵탄두 탑재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일·중·러 5개국 간 동북아 안보 지형을 사이에 둔 복잡다기한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평양시간) 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39분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한 측은 “최대 고각발사로 진행된 탄도로켓이 정점고도 2802km까지 올라가 933km를 비행한 후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자랑했다.

북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

그 동안 ICBM 성공 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방심하고 있던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변국들은 당장 초비상 상태다. 우리 외교부는 뒤늦게 “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판명될 경우 그에 맞춰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상응하는 조치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당초 “ICBM으로 가는 하나의 중간단계 정도일 것”이라고 애써 축소해석하려다 북 측이 공식 확인하자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 강도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북한의 이번 ICBM 시험이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직전에 진행되었다는 데 주목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발사되었다는 것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분석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주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이 독일에서 만나기 직전에 북한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때문에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국제사회의 초강경 추가 제재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도 북한의 도발이 더욱 극한으로 치닫는 만큼, 서방 세계의 인내의 한계도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긴장 상태를 원치 않는 서방국가들이 오는 7일부터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북 제재 성명이 채택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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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국의 스탠스다. G20 기간 중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로 불편한 관계로 얽혀있는 시 주석이 과연 어떤 대북 메시지를 줄 것인지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해받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미국을 정조준하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선선히 북한과의 대화를 용인할 리 없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은 해상·지상 이지스 BMD(탄도미사일방어)와 지상기반 중간단계방어(GMD), 패트리엇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요격 계획을 준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일본 자위대의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을 눈 감아 주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재훈·안준호 기자 MTG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