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된 카타르 "테러리즘은 핑계" 내막은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6-07 06:22 수정일 2017-06-07 17:38 발행일 2017-06-07 19면
인쇄아이콘
`카타르단교사태,손잡고풀어봅시다!`
사우디를 긴급 방문한 쿠웨이트 군주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왼쪽)가 6일 (현지시간) 제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셰이크 사바는 사우디 등 아랍권 7개국과 카타르의 단교 조치에 따른 중동 내 긴장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AFP=연합)

중동 주요 7개국이 카타르와 단교 선언을 한 이유가 ‘테러리즘 지원’이 아닌 숨은 내막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시간 6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예멘, 리비아, 몰디브 등 7개 국가들은 일제히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기 하루 전 파이낸셜타임즈는 카타르가 약 10억달러를 이란과 알카에다 분리 독립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를 주축으로 아랍권과 북아프리카 7개국은 카타르의 테러 지원을 이유로 단교를 결정하고 마침내 항공·해상·육로 통행을 모두 끊어버려, 카타르는 사실상 고립된 신세가 됐다.

clip20170607060159
중동지역 에너지 파이프라인(빨간색:이슬람국가들 공용, 보라색:카타르 전용)

현지에서는 이번 국교단절 사태를 ‘걸프 위기(Gulf crisis)’로 규정, 카타르는 물론 다른 중동 국가들도 무역과 투자 손실, 소버린 리스크 상승 그리고 자금조달 비용 인상 등의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에서는 이번 걸프 위기의 이면에는 바로 ‘천연가스(LNG)’가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카타르는 중동지역에서 드물게 액화 천연가스 생산 비중이 높은 나라로 전용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가스프롬(Gazprom)’사에 이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등 유럽지역 천연가스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사우디로부터 미움을 사게된 결정적 원인으로 카타르는 산유국 동맹인 ‘걸프 협력위원회(Gulf Cooperation Council)’에 소속돼 있지만 1995년부터 천연가스 만큼은 독자적으로 채굴하고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 천연가스 최대수출국 지위에 올라 있다.

이 걸프 협력위원회는 사실상 사우디가 장악한 조직으로 카타르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해 왔다. 대신 카타르는 천연가스를 통해 번 돈으로 ‘고객관리’ 차원에서 시리아의 반군에 지난 2년간 약 3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고 또 사우디와 관계가 좋지 않은 이란에도 투자를 해 왔던 것이다.

1000x-1
좌.LNG생산량(파란색:글로벌, 갈색:카타르) / 우.원유생산량(파란색:글로벌, 갈색:카타르), 블룸버그 인터넷판 캡처

카타르산 원유는 전 세계 산유량의 2%대에 불과한 반면, 카타르의 액화 천연가스(LNG) 생산량은 글로벌 전체의 30%에 육박하며 지난 해 일인당 소득은 13만달러(약 1억4560만원)로 같은 산유국이자 주변국 쿠웨이트 7만달러, 사우디 5만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를 통해 마침내 중동권에서 완전히 독립된 지위를 노리던 카타르에 사우디를 비롯한 주변국들이 먼저 보복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최근 OPEC 감산합의가 유명무실해 진 데다 트럼프의 파리 협정 탈퇴 선언 후 미국산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가 급락하자 이들은 원유의 대체제 격인 천연가스 최대 생산자인 카타르를 먼저 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러시아와 터키를 비롯한 천연가스 수입국들은 “카타르야 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쳔연가스를 축출할 수 있는 천혜의 자원을 가진 국가”라며 카타르 편 들기에 나섰다.

이처럼 ‘테러리즘’이라는 카타르 단교 명분 그 이면에는 복잡한 중동식 셈법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