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공모제도 개편…위험종목 상장 될까 우려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6-10-05 16:57 수정일 2016-10-05 19:00 발행일 2016-10-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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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이번에 발표한 ‘상장·공모제도 개편방안’의 핵심은 ‘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성장성이 충분한 기업이면 자본시장에 받아들여 키우겠다는 것이다.

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 청약자를 대상으로 한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부실한 상장심사로 인해 회계부정이 적발돼 상장폐지된 기업이 적지 않다. 검증이 채 되지 않은 기업을 무더기로 상장시킬 경우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증시, 특히 코스닥은 상장기업 도산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엄격한 재무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서 상장 추진 기업은 최근 3년간 흑자를 내야 하고 자본 잠식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방안과 관련, “(한국 시장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지원하기보다는, 이미 안정된 기업들의 자금확보 및 지분가치 증대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며 “상장·공모제도의 안정지향적 및 보수적 특성으로 우리 증시 신규상장 기업은 상장이후 오히려 성장성이 약화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규상장기업의 ROA(총자산이익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부채비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재무적으로 안정된 우량기업 중심으로 상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장 이후에는 매출 증가 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평균 영업이익률도 하락하는 등 기업의 성장성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해외와 한국은 기업 상장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상장의 목적이 자금 조달을 통한 기업의 성장에 집중돼 있다. 반면 한국은 회사의 인지도 제고, 투자자금 회수, 상장차익 시현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해외처럼 한국에서도 상장을 통해 더 많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적자인 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일반공모 청약자를 대상으로 3개월, 특례상장인 경우 6개월 이상의 기간을 주고 공모가의 90%를 보장하는 풋백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다. 상장주관사가 추천한 기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방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익명의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IT(정보통신) 버블 당시에도 성과가 증명되지 않은 기술을 가지고 주가가 급등했던 사례들이 많다”며 “상장을 추진한 증권사가 책임을 진다 하더라도 재무제표를 보면 투자를 결정하기는 어려운 종목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몇년 사이만 봐도 중국고섬이나 네프로아이티, 네오세미테크 등의 기업이 상장 이후 회계부정이나 횡령 등이 불거지며 시장을 떠나야 했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하면 오히려 투자자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기술특례 상장이 있는 상황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안전하지 못한 기업을 상장시키려 드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누군가 기업을 살리겠다며 탁상행정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