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 제정…상장사 ‘갑질’ 사라질지 관심

유병철 기자
입력일 2016-08-23 13:15 수정일 2016-08-23 18:08 발행일 2016-08-23 8면
인쇄아이콘
-지난 3월 교보증권-하나투어 사태가 시발점
-금감원 “충분한 토론 거쳐 합리적 해결방안 모색”
-눈치 안보고 '매도' 보고서 낼수 있을지 관심
clip20160823121751
이번 강령제정의 배경 및 목표. 출처=금융감독원

리서치문화 개선을 위한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이 만들어졌다.

이에 상장사의 ‘애널리스트 갑질’ 문화가 사라질지 관심이다.

금감원은 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금융투자협회와 4자간 협의체를 결성, 지난 6월부터 3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IR·조사분석 업무처리강령을 제정하게 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강령의 내용은 크게 상장사, 애널리스트, 증권사, 상호이해와 협력, 갈등 조정 등 5가지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상장사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애널리스트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재확인했다. 애널리스트는 분석자료의 기본적인 작성 수칙을 명시하고, 증권사는 조사분석자료 수정절차에 대한 증빙을 확실하게 하도록 했다.

또한 정보취득 및 제공과정, 조사분석자료의 정정요구 과정에서 상장사와 애널리스트가 준수해야할 수칙을 구체화하고 4자간 협의체를 통해 상호 이해를 도모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4자간 협의체가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갈등 당사자의 입장 청취, 위원회 구성원의 토론을 거쳐 다수결에 의해 조정안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금감원은 “상장사와 애널리스트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한편,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그간의 갈등을 개선하기로 약속하고, 감독당국을 포함한 협의체가 양 당사자간의 갈등조정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자본시장의 투명성 및 공정성이 제고되고,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기업에 의한 애널리스트 갑질 사태가 사라질지, 또한 그들이 소신 있게 ‘매도’ 보고서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번 강령 제정의 시발점이 된 것은 지난 3월말 발생한 교보증권-하나투어 사태다. 당시 교보증권의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에 대해 부정적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면세점 사업이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우며, 이를 감안해 목표가를 20만원에서 11만원으로 낮췄다. 이와 관련해 하나투어 IR 담당자는 해당 애널리스트에 항의하고 기업탐방을 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발언까지 내놨다.

며칠 지나지 않은 4월3일, SK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인수합병(M&A) 리포트를 냈다. 이 보고서는 SK브로드밴드 측의 반발로 삭제됐다.

이 같은 상장사의 갑질 문제는 시장에서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지난 1월 유진투자증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담당 애널리스트가 대우조선해양의 목표가를 크게 내린 리포트를 내자 투자자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크게 반발했다. 결국 유진투자증권은 압력으로 인해 관련 보고서를 삭제했다.

지난해에는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과 관련해 자사에게 불리한 리포트를 낸 토러스투자증권의 애널리스트에게 보고서 삭제와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국내에서 ‘매도’ 리포트를 함부로 내지 못하게 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그간의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서는 본 강령상의 갈등조정 프로세스를 따라 갈등조정위원회 위원의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쳐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필요한 경우는 결과를 언론 등에 공표해 갈등조정의 실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철 기자 ybstee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