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의 아메바경영에 직원들 ‘울상’…이유는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7-19 16:45 수정일 2016-07-19 16:47 발행일 2016-07-1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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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경쟁 과열로 상대적 박탈감·업무 피로도 호소
정교한 성과평가 체계 미흡 지적 나와
김용범사장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

김용범(사진) 메리츠화재 사장의 경영철학이 야심차게 담긴 ‘아메바경영’ 도입으로 인해 직원들이 업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의 실시간 성과 공유로 인한 경쟁과열과 성과평가 체계의 합리성 등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가 올해 1월부터 파격적으로 시행한 아메바경영이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나 도입 반년이 훌쩍 지난 현재 내부 직원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아메바경영이란 단세포생물 아메바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크면 자체 분열해 여러 개체로 갈라지는 것처럼 큰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제각각 경영자 의식을 갖고 조직이 굴러가도록 만드는 것을 이른다. 핵심은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잘게 쪼개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각자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3월 취임한 김 사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것으로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전 임직원에게 ‘1155일간의 투쟁’이란 책을 나눠주고 읽게 했다. 파산선고를 받은 일본항공(JAL)이 어떻게 3년 만에 부활할 수 있었는지 관련 기록을 담은 책이다.

손보업계 5위에 갇혀 있는 메리츠화재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임직원 모두 주도적인 사업가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김 사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도입 반년이 넘자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아메바경영은 매출과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한 가치창출과 정교한 성과보상체계를 통한 직원들의 성취감 및 업무분발 유도가 핵심”이라며 “그러다 보니 매출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인사, 마케팅 등 일부 부서는 열심히 해도 일한 티가 안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서마다 목표가 할당돼 있어 서로 견제할 뿐만 아니라 협업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연출돼 경쟁이라는 적당한 긴장감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나타나는 등 업무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김 사장의 파격적인 경영 전략이 수익 개선에 있어서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뒀으나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떨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전례가 있다. 삼성생명은 앞선 2000년대 초반 아메바경영과 유사한 방식의 비즈니스 유닛팀(팀 단위의 손익계산·이익기여도 판단 후 성과책정)을 시도했으나 비용 배분과 팀별 정교한 손익계산 등 어려움을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