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한은 7월 금리 동결, 국제시장 변수 지켜보자는 판단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7-14 10:04 수정일 2016-07-14 10:04 발행일 2016-07-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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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 시기 지연…브렉시트 여파로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져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유력
한국은행은 14일 열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달 1.50%에서 0.25%포인트를 깜짝인하한 이후 2개월째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2%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이는 미국 금리 인상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돼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수가 많은 만큼 이달엔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2001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를 제외하고는 두달 연속 금리를 내린 적이 없다.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극적인 상황이 아닐뿐더러 산업생산지표와 수출지표 등의 국내 경제지표들이 호조는 아니지만 개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이번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는 위원들이 금리와 관련해 상반된 발언을 내놓은 것도 한은이 금리인한 효과와 대외 여건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리게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FOMC를 열어 금리 조정 여부와 함께 브렉시트 결정에 대해 연준이 어떻게 평가하고 향후 통화정책에 관련한 시그널을 내놓는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국면에서 추경 예산이 편성·집행되면, 한은이 재정 정책과의 공조 차원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출 것이란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1% 내외를 잠정적인 금리 하한으로 설정할 전망”이라며 “그동안 한국은 통화정책 완화기에도 자본 흐름의 순 유입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하는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 성장률 전망은 지난 4월에 전망했던 2.8%에서 더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교역 부진 정도가 생각보다 크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그에 따른 하반기 하방 위험도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융통화위원들도 지난달 회의 때 “올 성장률 전망치 2.8%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대내외 경제여건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한은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3.2%로 전망했다가 올 1월 3.0%로, 4월엔 2.8%로 내리는 등 수정 전망 때마다 성장률을 내리는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10조 원 규모의 추경 효과 등을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내리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오후에는 이주열 총재의 물가목표 설명회도 열린다.

한은이 물가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서 원인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도 밝히는 자리다.

한은은 올해부터 3년간 적용될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로 정하고 6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에서 ±0.5%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에 그쳐 지난 1월부터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2.0%)를 일정 수준 밑돌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