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한 CD금리 담합 조사…‘용두사미’ 공정위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7-06 17:28 수정일 2016-07-06 18:01 발행일 2016-07-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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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들의 CD금리 담합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시 6개 은행 실무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 메신저를 통해 CD 발행금리와 관련해 서로 대화한 기록이 있다는 점, 잔존만기가 같은 은행채와 비교하면 이자율 변동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서 경직돼있는 점 등을 들어 담합을 추정할 만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금융전문가를 동원해 만기가 같다는 이유로 장기채인 은행채와 단기자금조달 수단인 CD금리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사무처 심사관의 의견과 은행 측의 반론을 들은 공정위 상임위원들 역시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 담합 행위는 일사불란하게 벌어지는 반면 담합 혐의를 받은 은행의 CD 발행 시점은 최장 3년 9개월까지 차이가 나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은행들 역시 ‘정부 당국의 행정지도를 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CD금리가 고정됐을 뿐’이라며 항변했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말부터 예대율 산정 시 CD를 제외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CD 발행이 2010년 50조원에서 2012년 25조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고, 물량이 감소하다 보니 금리 변동도 없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사무처가 ‘단군 이래 최장기 조사’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4년을 끌어 조사를 벌여왔으나 사무처의 무리한 추정으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공정위가 담합을 인정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증거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이같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상대가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사인 경우 공정위가 소송에서 이기기 어려운 구조라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로부터 수백억~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기업들은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고위 판검사 출신을 변호사로 선임해 소송전에 나서지만 공정위는 예산상의 한계로 30대 초중반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게 현실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공정위가 ‘담합’ 결정을 내릴 것을 대비해 김앤장과 율촌, 광장, 세종 같은 내로라하는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그럼에도 은행의 CD금리 담합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은행들이 떳떳하진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도 향후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심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히며, 추가 대응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소비자 단체들도 공정위의 판단에 반발하며 검찰에 대한 소비자 소송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법률적 이의 제기도 검토 중이라고 맞서면서 CD금리 담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