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에 밀려 국내 보험사 M&A 참여 무산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7-03 13:41 수정일 2016-07-03 15:57 발행일 2016-07-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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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보험사, 투자한도 규제로 중소보험사 매물 나와도 ‘그림의 떡’
금융위 “규제완화시 ‘삼성생명 봐주기’ 우려”
국내 보험사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온 중소형 생명보험사에 대한 M&A(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수포로 돌아갔다.

M&A 참여를 위해 필요한 국내 보험사들의 투자한도 규제 완화가 재벌개혁의 대표법안인 ‘삼성생명법’과 미묘하게 얽혀 있어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입법 예고안에 보험사들의 ‘대주주·계열사에 대한 자산운용 한도 규제나 동일인 여신 한도 등의 규제’의 완화방안이 제외됐다.

◇ 자산운용 한도규제…보험사 M&A 참여 걸림돌

당초 금융위원회는 하반기 보험업법 전면 개정에 맞춰 투자한도 규제완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중소형 생보사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일부 국내 보험사들이 인수에 나서고자 했으나 투자 규제 탓에 인수가 가로막혔기 때문.

국내 보험사는 신규 지분 취득시 보험업법상 ‘일반계정 자기자본의 60%’와 ‘총자산의 3%’ 중에서 작은 금액만큼만 투자한도로 인정받는다. 대부분 보험사는 ‘총자산의 3%’가 더 작아 자산규모가 한도를 결정하는데, 이 경우 투자 한도가 낮아 M&A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할 수 없다. 때문에 보험업계는 투자한도 완화를 주장해 왔다.

실제로 최근 매물로 나온 ING생명의 인수전에 참여했던 교보생명의 경우 투자 한도규제에 가로막혀 독자적인 ING생명 인수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국 자본이 국내 보험사 인수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투자한도 규제는 국내 보험사에 대한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금융위가 이번에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금융위, “삼성생명 봐주기” 우려

금융위가 규제완화를 추진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삼성생명법’ 때문이다.

이 법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자산 평가 방식은 취득 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즉 총자산은 시가로 평가되는 반면 ‘총 자산의 3%’의 경우 취득 원가로 평가하고 있다. 취득원가는 현재 시가보다 낮아 계열사 지분 보유액이 저평가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때문에 총자산 3%를 훨씬 초과한 계열사 주식 보유가 가능해 삼성생명의 경우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식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할 수 있다. 법안이 특정 기업을 지목하는 것은 아니나 실제 결정적으로 법개정 영향을 받는 건 삼성생명이라 ‘삼성생명법’이라 불린다. 이미 오래전부터 야당을 중심으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삼성생명법 통과를 추진해 왔고, 최근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의하며,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소관부서인 금융위가 보험사 투자한도 규제를 완화해 주면 자칫 삼성생명에게 추가 출자의 길을 열어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금융당국의 ‘삼성 봐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삼성생명 자산운용 관련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할 경우 국내 보험사들의 M&A 참여의 길을 터주자는, 좋은 취지가 퇴색되고 자칫 삼성 편을 들어주는 걸로 변질될 수 있어 관련 규제를 풀어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