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불완전판매 등 후폭풍, 이미 예견된 일”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26 15:26 수정일 2016-06-26 16:20 발행일 2016-06-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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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동제 과열양상도 은행권 제살 깎아 먹는 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인한 은행 간 ‘경쟁과열→불완전판매 증가→은행원 실적압박→불만 폭발’ 등 일련의 후폭풍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ISA는 정부가 국민재산늘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내놓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출시 100일여 만인 지난 10일 기준 220만5000계좌, 국내 총 인구중 4.3% 가입이라는 성과를 달성했으나 속으로는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ISA 총 가입금액은 2조568억원으로 은행이 1조4298억원(69.5%), 증권사 6255억원(30.4%)으로 조사됐다. 증권사 계좌수 대비 가입액은 은행이 더 크지만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증권의 274만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72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은행권에 가입된 전체 계좌의 74.3%가 가입금액이 1만원 이하인 깡통계좌였다.

국민 1인당 1계좌만 가입이 가능한 ISA 특성상 은행들이 초기 가입자 유치에 과당 경쟁을 한 탓이다.

일부 은행들은 은행원들에게 1인당 100계좌씩 할당을 부여하며 실적압박을 가해왔고, 실적 올리기 ‘벼랑’에 내몰린 은행원들은 자비를 들여 ISA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불완전판매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자 은행들이 ‘계좌 수 늘리기’에 이어 깡통계좌에 대한 납입액을 추가할 수 있도록 ‘금액 늘리기’까지 나서면서 은행원들의 목을 죄어 왔다.

계좌 수에 이어 금액 늘리기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치솟자 결국 은행 노조들이 ISA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ISA의 불완전판매는 정부가 정책을 과대 포장하고,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배정해 실적 경쟁을 벌인 결과”라고 꼬집었다.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보다 편하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도 마찬가지다.

계좌이동 경쟁 과열로 은행끼리 고객을 뺏고 뺏겨 모두가 손실을 입는 ‘치킨게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역시 단순 계좌수 늘리기라는 경쟁과열이 벌어지고 있고, 이를 통한 실적이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되면서 경쟁 과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ISA의 실적할당 금지 및 계좌이동제의 KPI 반영 금지는 이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