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깜짝인하]금통위원 전원, 한달새 동결→인하…“경제회복 총력”[종합]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09 14:55 수정일 2016-06-09 17:37 발행일 2016-06-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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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구조조정 자금 대기+금리인하…정부 정책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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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

한국은행이 금융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국내 경제가 저금리·저성장 지속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 산업·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이번 인하는 금융통화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지난달 금통위원 전원이 금리 동결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는 정반대다.

이주열 총재를 포함해 금융안정을 선호하는 금통위 내 대표적 ‘매파’위원 3명마저 구조조정 후폭풍 여파로 부진한 한국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데 합류한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깬, 전격적인 선제 대응의 성격이 강하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해 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4%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4일~15일 열리는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23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결정투표 등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대형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쉽게 움직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미국이 6~7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역선택’에 따른 내외금리차 축소로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약화됨에 따라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운신 폭이 다소 넓어졌고, 이를 전격 인하의 계기로 활용했다.

이번 결정은 경기 부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염두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 대량실업 등 경제에 미칠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에 따르면 조선사들은 자구계획으로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각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 본격화는 가뜩이나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하강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구조조정으로 하반기에 소비 위축과 실업 증가 등 경기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