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설계사 수백명 판매자회사로 이동 ‘썰물’…배경은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08 15:38 수정일 2016-06-08 18:47 발행일 2016-06-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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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설계사 조직 ‘고능률화’ 돌입…설계사·직원 운용효율화 위해
보험사 “다양한 상품 판매 기회 제공하는 것”…GA로 이탈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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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서초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는 삼성생명의 옛 태평로 사옥. (연합)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전속설계사 수백 명을 판매자회사로 이동시켰다.

보험사는 설계사들이 GA(보험대리점)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상대적으로 성과가 낮은 설계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선 저능률 설계사 및 관리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려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5월 전속 설계사 800명을 판매자회사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해당 설계사들의 선정 기준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실적이 없거나 체결한 초회보험료 금액이 30만원 미만인 경우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8월에도 500명의 설계사들을 삼성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시켰다. 이번 이동까지 포함하면, 삼성생명금융서비스에는 총 1300여명의 설계사들이 28개 점포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달부터 판매자회사인 한화금융에셋으로 저능률 설계사들을 이동시키고 있다.

대상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계약을 체결한 실적이 없거나 합산 초회보험료가 50만원 미만인 이른바 저능률 설계사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모두 이동할 후보자들을 선정해 면담을 거친 뒤 희망할 경우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판매자회사는 보통 보험사의 100% 출자로 이뤄지며,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주로 자사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판매자회사는 생명보험사 상품 중에서는 삼성생명만 판매토록 하고, 손해보험사 상품은 회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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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설계사 조직과 보험사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적이 우수한 전속 설계사들은 묶어두고 그렇지 못한 설계사는 판매자회사로 순차적으로 내보냄으로써 구조조정 방편으로 이용한다는 것.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존 GA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그동안 GA에 맡겼던 판매 비중을 자회사로 전환시켜 자사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수수료 지출을 줄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수백 명의 설계사들이 이동하는 만큼 이를 관리할 직원들도 함께 이동하게 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어 보험사들이 이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이번 800명의 설계사 이동에 직원 20여명도 함께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설계사 이동은 판매채널 조직 효율화 차원으로 실적이 다소 저조한 설계사들에게 다양한 상품판매 기회를 새롭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판매자회사 운영결과 예상보다 실적이 좋아서 이번에 추가 이동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