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 논란’…금감원, IFRS를 압박카드로(?)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6-07 14:57 수정일 2016-06-07 18:15 발행일 2016-06-0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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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문제 놓고 보험사, 금감원 대립
금감원, 올해부터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일방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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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놓고 생명보험사들과 금융감독원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당국이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시기 등을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서 예고 없이 올해부터 보험 부채를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꾸겠다며 보험업계에 강경하게 통보하자 보험사들은 압박의 이면에 자살보험금 지급이 있는 것 아니냐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2일에 걸쳐 생명보험사 기획부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계리 담당 임원들을 각각 소집해 ‘IFRS4 2단계 연착륙 유도 방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기존 부채적정성평가(LAT) 제도의 할인율을 2018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낮추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계산할 때 공시이율도 시가평가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모든 보험사들에게 이달 말까지 종합 대응방안을 제출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사별로 3.5~4%를 적용하는 할인율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연 2.5% 수준까지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할인율이 떨어지면 현재가치로 시가평가한 보험사의 부채가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가 올 연말에 약 16조원, 2018년에는 35조원으로 늘어나 그만큼 보험사들에 자본확충 부담이 커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금감원이 이렇다 할 사전예고 없이 ‘연내 도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는 점이다.

2018년 사실상 전면도입을 예고한 것으로 2020년 시행 예정을 내다보고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준비해왔던 보험사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생보업계는 대법원 판결까지 유보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반면 금감원은 대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지급하라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IFRS4 2단계 도입 시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보험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갑작스럽게 시가평가를 도입하라며 초강수를 두고 있어 당장 올해부터 수조원의 결손금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살보험금 논란으로 양쪽이 입장차를 보이는 시기와 맞물려 당국이 IFRS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라 보험업계는 압박용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험사들이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등 대응책 마련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미리 자본을 확충해야 2020년 국제회계기준 도입시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자산을 시가평가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에 대해 시행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건의를 최근 금융감독원에 전달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