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혁신’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나온다

전경진 기자
입력일 2016-05-19 17:24 수정일 2016-05-19 17:42 발행일 2016-05-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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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갖고, 기업문화 혁신을 약속하는 선서를 했다. 왼쪽부터 김현석 사장(VD사업부장), 서병삼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김기호 부사장(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 전동수 사장(의료기기사업부장), 김영기 사장(네트워크사업부장) (사진제공=삼성전자)

국내 기업들이 기업문화 혁신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기업문화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과거와 같은 기업문화나 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3월 삼성그룹이 선언한 ‘스타트업 삼성’도 기업문화 대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자발적 몰입’으로 내부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문화 혁신 바람은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삼성’을 선포한 뒤 맨 처음으로 ‘야근 없는 날’을 만들었다. 지난달부터는 월급날인 매달 21일 정시퇴근하는 ‘패밀리 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날만큼은 야근은 물론 부서장 주관의 저녁 회식도 없다. 삼성전자 측은 “5월의 경우 21일이 토요일이라 하루 전인 20일 금요일에 패밀리데이를 운영한다”며 “매달 월급날인 21일엔 앞으로도 꾸준히 패밀리 데이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를 ‘3대 컬처혁신 전략’으로 당시 발표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다음달(6월)엔 직급체계도 수평적으로 변경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지난 3월에 선포식 때 이야기한 방향대로 직급체계 개편이 추진되는 건 맞다”고 밝혔다. 당시 삼성은 현재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구분되는 직급 체계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고 했다. 또 호칭도 권위를 나타내는 ‘장’ 등의 용어 대신 제일기획 등 일부 계열사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프로’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도 기업문화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임직원들의 사외벤처 설립을 적극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LG 측은 사외벤처 설립 지원에 대해 “도전을 적극 장려하고 도전 경험을 사내에 전파하고자 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에 LG전자는 자사 특허 및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창업전문가들의 컨설팅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외벤처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3년 내에 언제든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이밖에도 직원 사기진작 목적으로 월 1회 팀장 없는 날을 실시하는 등 조직 문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전사업(H&A) 부문의 경우 조성진 사장의 주도아래 오후 7시30분을 기점으로 업무를 종료하는 ‘730 업무지침’도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습관적 야근, 상명하복식 업무체계 등 낡은 기업문화가 기업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한상의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를 조사한 결과, 국내 기업 77%의 기업 조직 건강도(OHI)는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약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기업문화 중 가장 큰 문제로 ‘습관화된 야근’이 꼽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는 “국내 산업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후진적 기업문화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콘퍼런스를 다음달 1일 개최한다”고 밝혔다. “미래 기업성장의 핵심요소로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독려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