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에 보험료 급등 실손보험, 수술대 오른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18 13:59 수정일 2016-05-18 16:13 발행일 2016-05-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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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관계기관 정책협의체 출범, 연말까지 개선방안 마련
금융당국은 3200만명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인 ‘실손의료보험’ 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의료 쇼핑·과잉 진료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올라가고, 보험사들이 이를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8일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6개 관계 기관이 모여 ‘정책협의회’를 열고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실손보험과 관련해 금융위와 복지부의 차관급 협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는 방문규 복지부 차관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한 것으로 정부도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 등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이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하고, 병원들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부추겨 과잉진료를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손해율 (지급한 보험금/거둬들인 보험료)이 높아지자 보험사들은 이를 고스란히 보험료에 반영하면서 ‘선량한 피해자’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는 올해 들어 20%대의 높은 인상률을 보였다.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을 한 번이라도 청구해 받은 사람은 20%가량이다. 2500만명은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부 가입자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 손해를 보고 있으며, 보험 적용 범위도 좁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병원이 값비싼 수술법을 권장해 실손보험료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하지정맥류(종아리·허벅지에 핏줄이 비치거나 튀어나오는 증상)의 대표적 치료법인 레이저·고주파 수술이 보험 혜택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과잉진료가 보험료 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면 수년내 실손보험료가 2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실손보험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이 보험이 더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의체 회의에선 실손보험 상품을 설계·판매할 당시 보험사들이 과도한 보장을 유도한 측면이 있고 과잉진료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보험료를 올려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는 성토도 나왔다.

협의체는 이날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이 참석하는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올해 말까지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의료계,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도 두루 수렴하기로 했다.

TF는 우선 실손보험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만큼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급여 진료의 명칭(코드)을 세분화·표준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