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은행들 "ISA 유치 실적 압박에 숨막힐 지경"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18 17:00 수정일 2016-05-18 21:12 발행일 2016-05-18 1면
인쇄아이콘
하나은행 직원 1인당 68계좌 할당…기업은행의 3배 달해
농협은행 1인당 평균 가입액 11만원 ‘깡통계좌 주범’
222222
서울 한 은행의 ISA 창구 모습.(연합)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유치 경쟁으로 은행마다 실적 압박을 겪고 있는 가운데 KEB하나은행의 실적 압박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 1인당 ISA 평균 가입금액은 NH농협은행이 가장 낮아 깡통계좌 양산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본지가 입수한 주요 6개(신한·KB국민·우리·NH농협·KEB하나·IBK기업)은행들의 ISA 목표계좌 수 및 가입 현황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의 올해 상반기 ISA 목표 계좌수는 100만좌로 다른 은행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수(2015년 기준, 해외인원 미포함)로 나눠보면 은행원 1인당 68계좌가 할당된 셈이다.

16051803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의 70만좌(직원 1인당 51계좌)보다 목표가 컸고, 우리은행의 목표인 50만좌(직원 1인당 34계좌)의 2배에 달했다. 기업은행의 목표는 30만좌(직원 1인당 25계좌)로 직원들에 대한 실적압박이 제일 낮았다.

ISA 도입 전부터 은행마다 직원들의 계좌 유치 목표를 설정하는 등 치열한 판촉전을 펼쳐 은행원들이 실적압박에 멍들고 있다고 지적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은행마다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지만 실제 가입현황은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랐다.

ISA가 도입된 지난 3월 14일부터 5월 16일까지 약 두 달간 가입현황을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그나마 가장 많은 계좌수인 41만1600만좌, 금액으론 246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목표치인 100만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다른 은행 역시 목표 계좌 수에는 한참 모자랐다. 은행들의 목표 설정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고객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농협은행이 10만8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1인당 가입금액이 134만5000원인 국민은행 대비 12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은행 평균인 46만3000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가장 초라한 성적표다.

현재 은행 개설 전체 ISA계좌의 74.3%에 해당하는 101만3600여개가 가입액이 1만원 이하인 사실상의 ‘깡통계좌’인 상황에서, 농협은행이 ‘허수’ 계좌 양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ISA를 활용해 실제로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경우보다 미미한 액수나마 일단 개설하는 데 의의를 둔 계좌가 훨씬 많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과도한 실적경쟁을 벌여 깡통계좌가 넘쳐나는 게 현실”이라며 “은행원들은 정부가 새 금융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실적 경쟁을 해야 하는 피로감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 시대에 국민의 재산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초라한 결과”라며 “ISA가 진정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거듭나려면 외양보다는 내실부터 다지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