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늪지형 불황' 상태… 장기 침체로 경기 역동성 고갈"

전경진 기자
입력일 2016-05-18 11:09 수정일 2016-05-18 18:09 발행일 2016-05-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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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현재 ‘늪지형 불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표제공=현대경제연구원)

우리 경제가 외적인 대규모 충격이 없음에도 경기 회복이 장기간 지연돼 역동성이 고갈되는 ‘늪지형 불황’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현 불황기의 다섯 가지 특징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불황국면의 모습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대경제원은 이번 불황을 △‘늪지형’ 불황, △‘멀티딥형’ 불황, △‘수요충격형’ 불황, △ ‘전방위형’ 불황, △‘자생력 부족형’ 불황이라고 명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먼저 금융위기(2008년)와 재정위기(2010년)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 지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점점 긍정적인 경기 신호가 소멸되는 ‘늪지형’ 불황 상태에 현재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의 경기 선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 경기에서도 이러한 ‘늪지형’ 불황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생산증가율이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그 추세 자체가 우하향을 지속중이란 설명이다.

경기 저점이 세 개 이상인 ‘멀티딥(multi-dip)’ 특징도 보인다고 했다. 실제 GDP갭률의 추이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값을 가지는 국면이 세 번 발생하고 있다. 또 동행지수(순환변동치) 상으로 기준치 100을 크게 하회하지 않는 폭을 가진 침체 국면이 발견되고 있다.

장기간 경기 회복 지연과 성장 견인 부문 부재에 따른 수요 충격(demand shock)형 불황 상태에 있다고도 했다. 제조업에 국한해 살펴보면 출하(수요)가 부족하여 재고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시장수요 부진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은 2011년 1분기에 81.3%에서 5년 동안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2016년 1분기에 73.6%를 기록했다.

제조업(수출)에서 서비스업(내수)으로 불황이 파급되는 ‘전방위형’ 불황의 특성도 언급했다. 최근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서비스업의 생산 증가율도 하락 추세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를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민간 부문의 방어력이 크게 약화되는 ‘자생력 부족형’ 불황이라고 현대경제원은 평가했다. 민간 부문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01~2008년 분기 평균 3.9%p에서 2011~2015년 평균 2.5%p로 하락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1.7%p로 크게 낮아지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원은 “만약 공공 부문의 경기 안정화 노력이 없었다면 2015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상초유의 ‘늪지형’ 불황 탈출에 성공하기 위해 경기 선도 주력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 정립해 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실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과 무리 없는 산업합리화 정책 추진, 금리인하 및 추경편성의 정책조합(policy mix) 등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 민ㆍ관의 공조를 통한 수출 증대 노력과 서비스업 육성 추진, 공공 부문의 지출 확대 및 민간 소비·투자 진작 유도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진 기자 vie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