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본인 ISA 계좌…기업·국민·농협銀, ‘실적평가’ 반영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23 14:24 수정일 2016-05-23 18:32 발행일 2016-05-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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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좋고 매부 좋고’ 다른 은행서 가입하느니 근무 은행서 가입
"본인 계좌 실적 인정시 은행원들 ISA 가입 압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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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가 10주 만에 20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시내 은행 ISA 판매 창구(연합)

은행원들의 본인명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개설을 일부 은행에서 실적평가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압박에 못이겨 은행직원끼리 ISA 가입을 단체로 맞교환하는 변칙영업을 막기 위한 차선책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ISA를 판매하는 주요 7개 은행 중 KB국민·IBK기업·NH농협은행은 자사 직원과 그 가족 명의의 ISA 계좌개설 실적을 영업점 KPI(핵심성과지표)에 예외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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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경영평가시 직원과 가족(부모·배우자·자녀 등 직계존·비속) 명의의 실적을 제외하고 있다. 은행원들이 할당된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 또는 가족 명의 계좌를 만들어 자기 돈으로 적금 등을 납입하는 이른바 ‘자폭(自爆)통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최근 ISA 등장으로 은행원들에게 실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직원들끼리 단체로 ISA 가입을 맞교환하는 일이 발생하자 일부 은행에서 ISA 가입만 예외적으로 실적평가에 포함시킨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SA는 어차피 1인 1계좌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은행과 맞교환하느니 근무하는 은행에서 가입하는 것이 낫다“며 “3월 ISA가 출시되기 전부터 은행직원끼리 맞교환하는 변칙영업을 예상해 직원들이 이같은 건의를 했고, 받아들여져 본인명의의 ISA계좌를 개설이라도 경영평가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은행원 입장에서도 다른 은행 상품을 가입하는 것보다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깡통계좌’를 줄일 수 있고, 납입과 관리도 수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우리·SC·KEB하나은행은 직원명의 계좌개설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실적을 늘리기 위해 인근 지점 다른 은행 직원들끼리 암암리에 ISA 가입을 맞교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은행끼리 맞교환하는 변칙영업 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직원 본인 명의의 ISA 계좌 개설 등을 실적에 포함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거꾸로 본인 명의의 개좌 개설을 실적으로 인정하면 직원들에게 가입을 종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