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살보험금 지급하라”…소멸시효 끝난 보험금 ‘논란’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15 13:49 수정일 2016-05-15 17:10 발행일 2016-05-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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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가입자가 자살했어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생명보험 약관이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그동안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며 보험금을 미지급한 보험사들이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 대상 논란으로 수년째 보험금이 미지급돼 소멸시효를 넘긴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법원 3부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에 따른 (자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지금까지는 자살로 인한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대형 보험회사들이 거부해 왔고, 하급심에서는 보험사 혹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는 등 약관해석이 각각 달랐으나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하급심의 약관해석 혼선을 정리해줬다.

이에 따라 보험금 청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수년째 보험금 지급이 지연·방치되면서 소멸시효가 지나버린 경우가 많아 문제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상법상 보험금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 2년 안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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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 소멸시효가 지난 이유의 대부분은 유족들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인지를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고의적으로 방치한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의 규모는 1564건, 101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유족으로부터 재해사망특약 보험금 지급 청구를 받았으나 보험사들이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1478건, 990억원에 달했다.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해결열쇠를 쥐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기 때문에 법원에서 지급받기 어려울 것 이라며 결국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의무는 없지만 자살보험금 약관해석을 놓고 수년째 논란이 있어온 만큼 청구권 시효문제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며 “당국에서 행정지도 등으로 통해 보험사들에게 지급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으나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으로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에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까지 지급하라고 하기에는 금융당국도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