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깡통계좌 ‘은행직원끼리 맞교환’ 한몫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11 14:46 수정일 2016-05-11 17:21 발행일 2016-05-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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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다른 은행 지점끼리 단체로 맞교환
자폭(自爆) 통장 적발시 받을 불이익 의식한 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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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대부분이 가입 금액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인 가운데 실적 압박에 못이긴 일부 은행 직원들끼리 ISA 가입을 단체로 맞교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의 ISA 창구 모습.(연합)
판매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대부분이 가입금액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인 가운데 실적압박에 못이긴 은행직원끼리 ISA 가입을 단체로 맞교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끼리 단체로 ISA 가입을 맞교환하는 행태가 팽배하다. 
A은행 A지점 은행원들은 B은행 B지점에 ISA를 단체로 가입하고, B지점 직원들도 단체로 A지점에 ISA를 가입하는 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적 압박에 못이긴 은행원들이 자기계좌 수는 더 이상 늘리기 어렵자 인근 지점 은행끼리 암암리에 가입을 맞교환하고 있다”며 “실적을 채운다고 모르는 사람 명의만 빌려서 가입시킬 경우, 나중에 민원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황을 잘 아는 은행원들끼리 맞교환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 이런 식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영업행태의 배경에는 영업점 실적 평가시 직원 본인 명의의 계좌 수가 많을 경우 평가에서 제외되거나 변칙 영업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서는 은행 영업점 실적 평가시 직원과 가족(부모·배우자·자녀 등 직계존·비속) 명의의 실적을 제외하라는 지시를 수년전 전체 은행에 내린 바 있다. 은행원들이 할당된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 또는 가족 명의 계좌를 만들어 자기 돈으로 적금 등을 납입하는 이른바 ‘자폭(自爆)통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최근 ISA 도입으로 은행마다 계좌 할당이 부여된 상황이라 영업현장에서는 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여러 편법이 난무하는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족과 지인의 명의를 이용해 금융상품 계좌를 여럿 만드는 등 편법을 동원하고 있고, 본인 명의의 개좌 개설 등 금융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 같은 불완전판매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은행원 한 명이 수십 개의 자폭통장을 갖고 있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1년 금감원 조사 결과 은행 직원 1명이 평균 15개의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회사원의 통장 수가 4~5개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비상식적으로 많은 것이다.
이 같은 변칙적인 계좌개설이 적정한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이 절실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민 재테크 통장’이라 불리는 ISA의 불완전판매 징후에 대해 “직접 현장점검을 하는 것보다 금융회사 스스로 내부통제를 갖춰 처리할 수 있도록 거리를 두고 보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