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시 과실 책임입증 없이도 피해 먼저 보상하는 보험 도입해야"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08 13:41 수정일 2016-05-08 16:15 발행일 2016-05-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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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硏 ‘노폴트 환자보상보험’ 도입 주장
의료사고시 피해자가 과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의료인·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하는 ‘노폴트(no-fault) 환자보상보험(PCI)’을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국내 의료사고 보상은 과실책임제도 근간으로 운영돼 피신청인(의료인·의료기관)에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

8일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폴트 환자보상보험을 통한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방안’ 보고서에서 “정부와 보험회사들은 스웨덴 등의 사례를 고려해 노폴트 PCI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피해자가 용이하게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의료사고 관련 제도개선이 진통을 겪고 있다. 과실책임 제도 아래서 의료인·의료기관에 과실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피해자의 입장과 과실을 인정할 경우 재정적 손해와 명예실추를 감수해야 하는 의료인·의료기관의 입장차 때문이다.

2014년 한해 국내 법원 1심에서 처리된 의료과오소송 건수는 960건으로, 이중 원고승이 14건(1.45%), 원고일부승이 287건(29.9%)이었다. 이는 전체 민사소송(1심)에서 원고승이 49.9%, 원고일부승이 7.5%라는 것과 비교하면 의료과오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것이 민사소송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

최 위원은 반대로 스웨덴, 핀란드,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노폴트 PCI로 과실 여부에 상관없이 의료사고 피해를 보상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경우 1975년 이 제도를 도입 이후 의료과오소송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의료소송 건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의료사고 피해자가 의료인·의료기관 과실 여부에 상관없이 보상받을 수 있어 PCI로부터 보상받은 피해자들이 굳이 소를 제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노폴트 PCI 장점에 대해 △의사·의료기관의 과실입증 여부에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해 신속한 피해자 구제 가능 △의료소송을 줄여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절감 △의료과오소송으로 인해 의사·병원에 발생할 수 있는 재무적 손해, 명성 실추, 소송 관련 업무증가 등의 부담 경감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해외의 사례를 고려해 관련 법제를 마련하고, 국내 실정에 맞게 설계한 보험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가입을 독려하거나 보험사들의 노폴트 PCI 공동인수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