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관건은 용선료 협상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04 17:21 수정일 2016-05-04 17:45 발행일 2016-05-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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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3개월내 용선료 20~30% 인하 요구
요구조건 충족못하면 법정관리 불가피
채권단이 4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과시키면서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위한 ‘시간 싸움’에 돌입했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고자 대출상환 유예 등을 지원하는 것을 이른다.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공동관리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보다 한 단계 낮은 단계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채무상환을 3개월 유예하고,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채무재조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율협약 조건에는 선주들에게 배를 빌리는 대가로 주는 용선료를 인하하고, 해운 동맹도 유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채권자의 채무도 재조정해야 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이번 자율협약이 종료될 경우 한진해운은 가장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인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5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협약채권액 비중이 낮으면 대개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대신 법정관리를 받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는 만큼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가결했다.

자율협약 가결은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의 첫 발걸음을 뗀 것이라 볼 수 있다. 산적한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해야 하는 만큼 한진해운은 이르면 다음주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께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358억원 규모의 사채 만기를 4개월 연장하고 사채원리금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내용을 제안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3개월 내에 용선료를 20~30% 깎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한진해운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다.

채권단 역시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의 조건을 충족하기 전에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유동성 확보도 시급하다.

한진해운은 사장 등 임직원 임금과 복리후생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 자구안을 내놨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할 때까지 필요한 약 5000억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해운동맹 유지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한진해운이 현재 속해 있는 해운동맹 ‘CKYHE’의 유효기간이 내년 3월까지여서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새로운 동맹 가입을 확정해야 한다. 그러나 CKYHE의 일부 선사가 새로운 해운동맹을 결성해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현대상선이 속한 ‘G6’가 남은 선사들을 흡수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