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보험시장 '파상공격'…국내 보험사 '죽을 맛'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04 07:30 수정일 2016-05-09 10:47 발행일 2016-05-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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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거대한 중국시장 배경으로 비교우위 발휘
최저 연 2.3%대 생사혼합보험, 인기몰이
국내 보험사들 "손 쓸 엄두 못내, 속수무책"

거대 중국자본이 국내 보험시장에 밀려들어와 보험권의 최대 강자로 군림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중국자본의 규모에 밀리고, 저금리로 금리역마진 리스크까지 겹친 국내 보험사들은 손쓸 겨를도 없이 틈을 내주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이 최근 알리안츠생명까지 품에 안으며 국내 보험시장에 파상공격을 시작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올해 2월 말 기준 총 자산은 23조6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5% 늘었다.

이는 다른 생명보험사의 증가율을 뛰어넘은 수치다.

삼성생명의 작년 총 자산은 229조1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고 한화생명의 자산은 101조8678억원으로 8.9% 늘었다. 미래에셋생명도 27조1809억원으로 9.7%나 늘었지만, 증가율은 동양생명에 미치지 못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올들어 공격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인 양로보험 일시납 판매에 주력하며 자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양로보험은 생사혼합보험으로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 등을 보장하고 생존시에는 만기에 적립금을 지급한다. 가입자들은 일부 보험사에서 최저 2.3%대의 금리를 보장해주는 만큼 예금금리가 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어 인기몰이중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보험료가 많이 들어와 단기간에 자산을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저금리 장기화 기조로 국내 보험사들이 양로보험의 최저보증이율을 높이지 못하고 하향 조정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실제로 한화생명 등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역마진 우려로 취급을 일시 중단했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최저보증이율을 다른 보험사보다 높게 설정해 대규모 자산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안방보험의 무기인 중국내 투자 등을 통해 국내 보험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이점 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본국인 중국에서 자산운용을 하면 한국보다 높은 5~6%의 수익률을 거뜬히 거둘 수 있어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저축성보험 유치에 뛰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배경으로 국내 보험사들이 넘볼 수 없는 비교우위를 발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중국자본이 보험시장에 들어온 이후 국내보험사가 확연히 느끼는 점은 자산과 자본의 규모 등 기초체력이 국내 보험사와는 게임이 안된다는 것”이라며 “기초체력 여건부터 국내 보험사와 다른 중국자본이 들어와 혼자 이득을 보겠다고 독보적으로 행동하면 다른 보험사들은 따라갈 여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