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김용환 회장 “누군가는 해야 할 일, 빅배스 하겠다”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5-03 15:25 수정일 2016-05-03 16:06 발행일 2016-05-0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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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 회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빅 배스(Big Bath)’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용환 회장은 3일 “농협금융은 그동안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정리가 상대적으로 덜 이뤄져 이를 털고 가는 ‘빅 배스(Big Bath)’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해운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신규 여신을 최대한 자제하고, 산업분석과 여신심사, 감리를 강화해 부실 여신을 사전에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7개 농협 자회사 CEO(최고경영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실채권 정리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높이기 위해 빅 배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취약산업에 대한 대규모 부실 여신과 이에 따른 대책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농협금융의 단일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부실채권 정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몇 분이 빅 배스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지금은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진행 중이어서 그 변화의 추이를 지켜보고 시기나 방법 등은 좀 더 토론하고 연구해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이에 대한 위험에 가장 노출된 은행이 농협”이라며 “현재 우리나라가 지니고 있는 취약점과 거의 같기 때문에 그 여파가 쓰나미처럼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농협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 1분기 ‘충당금 폭탄’을 맞으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4.2% 줄었다. 창명해운과 STX조선 등 조선업과 해운업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을 대거 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은 이에 부실 대출 재발 방지를 위한 리스크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주 내 산업분석팀을 신설해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했고, 분석대상 업종도 기존 24개에서 143개로 확대했다. 산업 부실화에 대한 위험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농협은행의 신용감리부 인력을 지난 2014년 30명에서 올해 52명까지 늘리고 조기경보시스템·편중 여신관리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김 회장은 직접 경영간담회를 주관하고, 은행 내에 건전성 관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매일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향후 2년 이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여신을 전수 조사해 이에 대한 대책도 수립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진출방안에 대해 △은행·증권 CIB(기업투자금융) 기반 구축 △은행·증권 PE(프라이빗에쿼티) 통합 등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전략적 지분투자 △아시아 인프라 투자 확대, 농업 연계 진출 등을 소개했다.

특히 중국의 공소그룹과 손잡고 융자리스, 손해보험,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 소비 금융 회사 등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이 미국에 세워진다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증권과 자산운용 등 자회사는 이미 도입했으므로 은행의 도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은행연합회에서 TF팀이 구성돼 평가시스템 지표를 개발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어떻게 도입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 배스(Big Bath): 몸에서 때를 민다는 뜻으로,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것을 말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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